올해 현재 원·달러 평균환율 1420원 '역대 최고'
내국인 해외투자 확대·日 엔화 약세 등 복합 영향
내년, 올해 평균을 웃도는 고환율 전망…상단 1510원도
'구조적 수급변화' 정부 움직임 주목…경제적 약점 근본 처방 병행 필요
올해 연평균 환율의 역대 최고치 경신이 유력한 가운데 내년에도 평균 1400원을 웃도는 고환율이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환율 상단이 1500원을 웃돌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내년 환율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는 구조적으로 변화한 국내 수급 여건이 꼽힌다. 환율 하향 안정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는 정부의 움직임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12월 2주 평균 1470.49원…국내 경제주체 해외투자, 외국인 국내투자 압도
1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2일까지 2주간 주간거래 종가 기준 평균 환율은 1470.49원으로 집계됐다. 외환위기였던 1998년 3월(1488.87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달 평균(1460.44원)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달 호주달러(1.56%), 캐나다달러(1.50%), 유럽연합(EU) 유로(1.20%), 영국 파운드(0.94%), 일본 엔화(0.17%) 등 주요국 통화 가치는 모두 달러 대비 강세였으나 원화 가치는 0.69% 하락했다. 올해 들어 연평균 환율은 1~11월 1418.29원이다. 12월(1~12일)을 포함하면 1420원 수준으로, 종전 역대 최고치인 1998년(1394.97원) 수준을 넘어선다.
원화 약세의 배경에는 내국인 해외투자 확대 등 수급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한국의 경제주체들이 각자의 필요에 의해 해외에 투자하는 물량이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하는 물량보다 압도적으로 많아 발생한 결과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는 "경영권 확보 목적이 없는 간접투자는 3배 가까이 많고,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인수합병(M&A)으로 기업 경영권을 인수하는 등 직접투자도 3배가 넘는다"며 "한미 합의에 따른 대미 투자금을 외환시장에서 환전하지 않더라도 국내 투자 공백, 해외투자 확대는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개인·기관도 국내 잠재성장률이 2% 미만 상황에서 국내에 투자해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해 해외로 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년 상단 1510원도…'상저하고' '상고하저' 전망은 갈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올해 평균을 넘어서는 고환율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현재의 수급 쏠림 구조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환율 상단은 1510원 수준까지 전망했다. 다만 내년 연간 상저하고 흐름일지, 상고하저 흐름일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렸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원·달러 환율이 상저하고의 궤적을 그릴 것으로 전망하며 밴드를 1390~1500원으로 제시했다. 권 연구원은 "대외 여건이 안정되고 상대 수급이 개선될 경우 원화 약세 역시 일부 되돌림이 나타날 수 있겠으나, 길게 보면 과거 수출 호조 때와 달리 수혜가 일부 업종에 국한되고 있어 국내투자 지표는 부진하다"며 "무역수지가 견조하지만 해당 규모 이상으로 해외투자가 커진 만큼 수출과 환율 간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순대외자산 비중이 59%를 넘어섰는데, 일본과 독일은 60% 부근에서 각각 4년만, 3년 만에 70%를 돌파했다"며 "해외투자 움직임을 구조적으로 고려한다면, 원·달러 환율 역시 강한 하방경직성을 보이며 연평균 1400원대의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백 이코노미스트 역시 "현재 환율은 주식시장을 포함한 자산시장 움직임에 많이 반응하고 있는데, 내년 5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바뀌면 통화정책 때문에 달러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내년 2분기까지는 점점 하락하다가 바닥을 찍고 3분기부터 조금씩 상승하는 상저하고 그림을 예상한다. 내년 환율 전망 범위는 1360~1510원"이라고 말했다.
반면 상고하저 흐름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효과, 달러의 완화적 여건 등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원화의 상대적 약세 시점을 달리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1300원대는 쉽지 않아 보이나 3분기에 의외로 저점을 볼 수도 있다"며 "한 차례 연기된 WGBI 편입 효과가 내년 4~11월 압축적으로 들어오는 데 따른 기계적인 효과뿐 아니라,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장이 Fed 의장이 된다면 6월 정도부터 의장으로서 지휘하면서 3분기에는 인하를 재개할 수 있다고 보는데 이를 전후로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짚었다. 내년 환율 전망 밴드는 1350~1490원으로 잡았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원·달러 환율이 1320~1460원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민 이코노미스트는 "원화는 거주자 해외 주식투자 확대, 기업 생산기지 이전으로 실물경기와 금융시장에서 달러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난관에 봉착했다"며 "높은 미국 주식시장 선호도, 환율 하락 기대 약화에 따른 주식시장 외국인 자금 선제적 환헤지 등으로 환율 하단이 경직된 현상은 쉽게 해결되기 어렵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원화와 엔화 동조화 경향이 강해졌는데, 우하향 흐름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며 "원·달러 환율 낙폭이 커지는 구간에서 원화 환전을 미뤘던 수출업체 유입이 재개될 경우 환율 하향 안정화에 일조할 것"이라고 봤다.
수급 양상 핵심 변수…정부 움직임 주목해야
내년 환율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는 국내 수급이 꼽혔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아직도 선진국 중 성장을 이끄는 나라는 미국이고 인공지능(AI)을 통해서 생산성 혁신과 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내년에도 글로벌 자본이 미국 달러 자산 선호를 유지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와의 협조는 있겠으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연기금은 해외 투자를 안 할 수는 없는 상황이고, 기업도 미국 투자를 할 것"이라며 "다만 개인은 군집 행동을 하니까 영향을 많이 미칠 때가 있고 아닐 때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올해도 4월 중순~9월 중순 개인이 환율상승에 미치는 영향은 없었으나 9월 중순부터 11월까지는 하루 평균 3억달러를 투자했다"며 "주요 주체 중 하나만 조금 빠져줘도 환율 안정 여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 하향 안정화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정부 움직임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조 연구원은 "제도적으로는 국민연금을 포함한 뉴프레임워크 내용이 중요하다"며 "수입업체나 개인투자자에 관한 것도 달러 과수요를 일부 억제하는 쪽으로 제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이 부분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봤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장기적으로 외국인의 국내 투자를 촉진하고, 국내 자본이 국내에 투자할 유인 정책도 함께 나와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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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위기 징후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현재 환율 수준은 해외투자 수급 쏠림이 크게 작용한 결과로,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같은 국가부도 위험도 매우 낮은 수준이란 분석이다. 외환위기 때 문제가 됐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비율도 30%대 초반의 안정적인 수준이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다만 "현재 고환율이 문제라고 인식되는 건 지금의 고환율이 경제적인 약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최대순수출국이 미국이 되고 있다는 점, 주력 수출 산업인 반도체 경쟁력이 경쟁국 대비 후퇴하고 있다는 점 등을 함께 들여다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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