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늦참다'인 청와대의 인사정책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정치권 뇌물비리 수사와 이로 인한 총리의 전격적인 하야, 국민연금을 둘러싼 국회 갈등 등 굵직굵직한 사건과 논쟁에 가려서 별 주목을 받지 못한 채 5월의 신문 한 귀퉁이에 조그맣게 게재된 기사가 하나 있다. 청와대가 "앞으로는 부처 국장급 인사에 청와대는 간여하지 않을 테니 각 부처가 자율적으로 진행하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인사권을 장관에게 돌려주어 장관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의사표시인데 과감한 권한위임이 필요한 대형 조직관리 차원에서 당연한 일이 이번 정부 출범이 2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야 기사화된다는 사실 자체가 요즘 말로 '웃프(웃기고 슬프다)'기도 하고 그 표현을 계속 차용하자면 '늦참다(늦었지만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박근혜정부 들어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로 지적된 것이 언론으로부터 '회전문인사' '늑장인사' '수첩인사' 등으로 지적을 받은 인사문제이다. 정치적ㆍ정무적 자리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해당부처가 결정해서 올린 실무 국장급 인사까지 청와대가 심사하여 뒤집은 경우도 많았고 그러다 보니 인사지체 현상도 적잖게 발생했다. 청와대는 국실장급 공무원이나 기관장 인사권을 행사하는 이유로 정밀한 자격 검증과 편향되지 않은 객관적인 인사정책을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두 가지의 적잖은 폐해를 낳았다.  첫째, 수많은 사람을 자격검증 하다 보니 기간이 너무 길어져 정책공백이 심각해졌다. 실ㆍ국장 인사가 늦어지고 공석인 고위직 자리가 많아졌으며 그 아래 직급까지 자동으로 영향을 미쳐 정책결정이 시급한데도 결정할 사람이 없어 중요사안들이 파행적으로 운영되는 경우들이 있었다. 국ㆍ실장 인사에 있어 한두 달 공석은 예사이고 1년 넘게 공석이었던 자리도 있었다고 한다. 공기업 기관장 인사도 늦어져 조직 전체가 아무 결정도 하지 못한 채 표류하거나 책임경영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조직생활을 조금이라도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안다. 시어머니 같은 기관장이 장기공석인 경우 조직 전체가 느슨해지고 중요한 업무는 전혀 할 수 없으며 효율적인 책임경영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을.  청와대 주도 인사시스템의 두 번째 부작용은 공무원들이 업무보다는 정치권 핵심의 동향과 연고에 안테나를 세우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엄정한 인사를 하겠다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얼마든지 제도를 악용해 사적인 이해를 앞세우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며 정치권에서도 핵심 국장자리에 대해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그 이전 정부에서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요즘처럼 인사권에 대한 장관의 발언권이 초라하고 무력했던 적은 없었다.  경영학에서 지적하는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 agent problem)'로 인한 조직의 비효율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핵심 인사권은 진작에 장차관에게 돌려주었어야 한다. 수많은 행정업무에 대해 가장 적임자가 누구인지는 그 조직에 오래 있었던 사람이 아니면 잘 알기 어렵고 일하는 행태나 효율성, 업적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사람은 같은 조직의 상사이지 먼 데 있는 청와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또 청와대가 인사를 할 경우 국장급 인선의 기준은 서류상에 나타난 겉보기 기록뿐일 텐데 인사는 정량적 기준을 가지고 선정하는 기술(skill)이 결코 아니다. 피고과자의 장단점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피어그룹(peer group)'은 물론 상사와 후배들의 평가까지 모두 고려하여 판단해야 하는 '정성적 예술(art form)'에 가깝다.  공무원들이 정치권 눈치 보지 않고 업무에만 매진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라도 이번 청와대의 국장급 인사권 반환결정은 그야말로 '늦참다'이다. 이제부터라도 인사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 변화를 보여줘야 할 것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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