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퍼포먼스를 벌이는 남홍 작가
"흥분돼요. 오프닝 무대에 선다니 꿈만 같아요.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담아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요."재불 작가 남홍(여·57)이 다음 달 초 개막하는 이탈리아 베니스비엔날레에 초청받았다. 그는 화려한 한복 드레스를 입고, 장구를 치고 춤을 추는 퍼포먼스로 유럽 화단에 이름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무대가 작가에게 주는 평소와 다른 설렘을 소녀같은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오는 5월 7일 저녁 작가는 베니스 한복판에서 우리 고유정서가 녹아있는 퍼포먼스를 벌일 예정이다. 지난 15일 서울 태평로에 있는 한 커피숍에서 작가를 만났다. 지난해 국내 개인전을 가졌던 그는 한국에 보관해 뒀던 작품을 비엔날레로 보내기 위해 잠시 방한했던 차였다. 그는 "유럽 무대인데 행사 개막식 때 한국인의 퍼포먼스가 열린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도 큰 영광"이라고 했다. 남홍 작가는 오프닝 퍼포먼스에 이어 9일부터 11월 22일까지 7개월 간 자신의 대표작 네 점을 전시한다. 이 전시는 네덜란드 비영리재단인 GAAF(GlobalArtAffairs Foundation)가 베니스비엔날레를 위해 마련한 '개인적인 구조물-경계를 넘어서(Personal Structures-Crossing Borders)'라는 기획전이다. 팔라조 모라·팔라조 벰보, 전시관 두 곳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50개 국가에서 온 작가 100여명의 작품이 모인다. 한국작가로는 남홍 작가를 비롯 차수진·한 호·이명길·이이남·박기웅 등 총 여섯명이 작품을 출품한다. 일본에서는 팝스타 고(故) 존 레논의 아내로 잘 알려진 행위예술가 오노 요코(82)가 참가한다.남홍 작가는 팔라조 모라에서 '나비'와 '봄'을 제목으로 한 대형 회화작품들과 스텐으로 제작한 설치작품 '삶의 자취'를 전시한다. '나비'는 그의 작품세계에서 아름다움과 행운 그리고 자유로움을 상징하는 요소로 자주 등장한다. 특히 한지를 태워 나비모양을 만든 다음 그림에 담는 콜라주 기법이 해외에서는 특히나 독특한 매력으로 평가를 받는다. 그는 "어릴 적 할머니께서 정월대보름이 되면 종이를 태워 우리를 위해 기도하셨던 기억이 또렷하다. 액운을 끊고 행복을 부르는 그 행위는 우리네 소중한 민속"이라며 "'소지(燒紙)'는 결국 죽게 될 우리네 인생사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역으로 영원성을 뜻하기도 한다. 또한 나에겐 한국여인의 타들어가는 마음으로 다가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남홍 작가의 작품 '봄'
어떻게 해서 퍼포먼스를 하게 됐냐고 묻자 그는 유학생활 이야기를 꺼냈다. "1982년 프랑스로 갔다. 한국에선 불문학을 했고, 파리에선 그림을 공부했다. 그런데 동양사람이라 깔보는 이들도 많았다. 또한 한복이나 가야금을 중국 전통의상이나 중국 악기라고 알고 있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그래서 아예 한국인인 내가 한복 입고, 장구쳐야지 하고 생각했다. 2001년에 파리의 한 화랑에서 전시할때 퍼포먼스도 같이 했을 때 매스컴을 타면서 크게 소개된적이 있다." 베니스 무대는 지난 2013년 이탈리아 루카미술관의 개인전이 인연이 됐다. 그곳을 찾은 미술계 인사들이 남홍의 작품과 퍼포먼스를 보고 이번 비엔날레에 초대한 것이다. 그는 앞서 파리 살롱도톤느전, 오베르 성 오랑주리 미술관 전시, 한불수교 120주년 기념전, 피렌체비엔날레 특별전 등에서 초대전을 연 바 있고, 스페인, 중국, 미국 등지에서도 전시를 열었다. 오는 11월에는 한불수교 내년 130주년을 맞이해 프랑스 파리 16구청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그동안 그의 퍼포먼스와 작품에는 유명 디자이너, 한복 장인들과 도자기 장인이 도움을 줬다. 남홍 작가에게는 고 앙드레김이 2010년 제작한 한복 드레스 4벌이 있다. 또한 붉고 노란 바탕에 나비가 노니는 달항아리 작품들은 지난 2월 세상을 떠난 도예가 무토(撫土) 전성근과의 협업작이다. 유럽에서 또 하나의 '문화 한류'로 자리잡은 남홍 작가는 스위스 출판사인 아카토스(Acatos)와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e, 전작 도록)를 발간하기로 계약한 상태다. 3년 전에는 콜롬비아의 유명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도록이 제작된 바 있다.베니스비엔날레는 전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영향력 있는 국제현대미술전으로, 자다르니 공원에 있는 26개 국가관 전시들을 비롯해, 다양한 기획전이 열린다. 국가관이 각국 정부차원에서 미는 대표작가 전시라면, 이외의 많은 전시들이 여러 주최측이 마련한 초청전시로 이뤄진다. 올해 한국관 대표 작가는 영상작가팀 문경원(여·45)·전준호(45)씨다.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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