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공사, 캐나다 부실기업 인수로 1조3000억대 손실 추정…자원개발, 계약과정 '검은 돈' 가능성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박준용 기자] 검찰이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 비리 의혹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18일 경남기업 압수수색은 자원외교 몸통 수사를 알리는 예고편이다. 캐나다 석유개발회사 '하베스트' 인수는 1조원이 넘는 손실을 가져왔다. 검찰은 각종 자원외교 과정에서 계약 성사를 둘러싼 '검은 돈'이 건네졌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MB 자원외교' 허점 드러내= 검찰이 경남기업을 첫 번째 압수수색 대상으로 삼은 것은 자원외교 허점을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이기 때문이다. 러시아 캄차카 석유광구 탐사 사업에 참여하면서 '성공불융자' 금액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성공불융자 제도는 정부가 위험이 큰 해외 자원개발 등에 참여하는 민간기업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준 뒤 실패하면 융자금을 감면하는 제도다. 검찰은 지난 정부에서 실세와 친분이 있는 기업들이 제도적 허점을 활용해 자원개발 사업을 벌이면서 특혜를 받았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빼돌려진 자금이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사용됐을 수도 있기 때문에 자금흐름을 들여다보고 있다.
◆부실·불법의 지뢰밭 자원개발= 자원외교 실태를 파헤쳐갈수록 부실·불법·탈법의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검찰이 주목하는 대표적인 사건은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 논란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자산가치보다 3133억원이 넘는 고가로 하베스트를 인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감사원은 부실기업인 하베스트 인수 때문에 1조3371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의 멕시코 볼레오 동광사업, 칠레 산토도밍고 동광산 사업도 감사원이 부실투자로 지적한 사안이다. 또 석유공사의 카자흐스탄 석유기업 숨베사 인수도 적정가보다 5820만달러 높게 인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과 참여연대 등은 자원외교 부실과 관련해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 ◆檢, '검은돈' 의혹 파헤칠까= 이명박 정부에서 공기업이 해외자원개발을 위해 사용한 금액은 30조원이 넘는다. 검찰은 대형 사업의 계약 성사 과정에서 '검은 돈'이 건네졌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 아들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검찰 수사가 전 정권 핵심인사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회가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뚜렷한 한계를 보이면서 검찰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법무부·검찰 "원칙대로 수사"= 법무부와 검찰은 한목소리로 '원칙대로 수사'를 강조하고 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검찰이 일해도 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황 장관은 전 정권에 대한 표적수사 우려에 대해서도 "정치적 고려 없이 철저히 부정부패를 수사할 뿐"이라며 "법대로 한 기업은 지원하고 보호한다"고 밝혔다. 성역 없는 수사는 김진태 검찰총장도 이미 밝힌 바 있다. 검찰 수사진은 수뇌부의 이러한 기류를 반영해 적극적인 수사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다만 검찰의 과도한 수사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선에도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경남기업 사례와 관련해 "기업이 성공불융자를 받았다고 해서 모두 범죄는 아니기 때문에 성공불융자를 받은 기업을 잠재적 범죄대상이라고 보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박준용 기자 juneyo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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