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앤비전]T자형 인간이 세상을 바꾼다

김은현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회장

"삼성전자의 경쟁상대는 애플이 아닌 나이키" "현대자동차의 경쟁상대는 구글". 전통산업과 신산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이제 경쟁은 동종 업종 안에서뿐만 아니라 이종 간 발생하고 있다. 바야흐로 우리는 상품(Product)과 서비스(Service)가 결합된 '프로비스(Provice)'를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융합의 시대'의 문턱에 서 있다. 소프트웨어 기업인 구글이 불과 수년 내에 50년 넘는 업력의 현대자동차를 위협할 뿐 아니라, 전 세계 자동차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이 엄청난 흐름의 원천에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소프트웨어다.  지난달 말 정부의 국가정책조정회의는 자동차ㆍ건설 등 주력 업종에 소프트웨어를 융합하기 위해 올해부터 7개 업종에 330억여원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소프트웨어 중심사회 확산방안'의 일환으로 소프트웨어를 통해 신규시장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 중 하나로 '창의적 고급인재 육성'을 힘주어 말하기도 했다. 창의적 고급인재는 다른 말로 'T자형 인재'라 부른다. 자신의 전문성은 살리면서 다른 분야와 연결 고리를 창의적으로 발견할 줄 아는 이를 말한다. 창의적 고급인재로 거듭나는 과정은 이종 지식을 융합할 줄 아는 창의성이 핵심이다. 산업의 기본 개념이 바뀌는 시점인 만큼, 이제 창의형 인재는 우리 모두가 거쳐야 할 통과의례라 하겠다. 이런 흐름에 비춰 볼 때 지난해 정부가 표방한 '소프트웨어 중심사회' 실현을 위해서는 다른 어느 분야보다 더욱 창의적인 융합 인재가 절실하다. 소프트웨어에 대한 실무 지식은 기본에 디자인과 기획력까지 필요로 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는 얼마 전부터 '똑똑한 소프트웨어 사용자'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 협회는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다. 이전까지는 권리자의 입장만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불법복제율이 60%를 상회할 정도로 소프트웨어와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것이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불법 소프트웨어 복제율은 38%로 낮아졌다. 산업 환경도 변화하고 인식이 많이 개선된 것이다. 이제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은 권리자가 일방으로 이끌 수 없고 사용자가 함께 실천해야 한다. '똑똑한 소프트웨어 사용자 육성'은 이러한 산업 환경과 시대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협회가 시행하고 있는 '소프트웨어자산관리사(C-SAM)'는 지난해까지 민간 자격으로 운영해 오다가 올해부터 국가공인 자격을 얻었다. 산업과 환경의 변화에 따른 수요의 필요성을 국가도 인정한 것이다. 소프트웨어자산관리사는 기업과 기관의 소프트웨어 문제 전반을 관리 및 해결하고, 소프트웨어 관련 정책, 저작권, 운영, 교육 등에 대한 종합 지식과 실무 능력을 갖춘 전문 인력 양성을 목표로 한다. 소프트웨어의 특성 일반에 대한 이해와 함께, 구매, 관리, 전문 법 지식을 동시에 갖춰야 한다. 요즘 뜨는 '창의적 융합 인재'의 범주에 가깝다 하겠다. 기업과 기관이 이들을 기르고 채용해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소프트웨어 자산관리가 제대로 이뤄진다면 기업과 기업의 법적 리스크, 이미지 훼손 등 기업 경영활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 예방은 물론 구매와 관리 비용 절감, 전체 직원의 업무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궁극적으로 급변하는 환경에 맞서 조직의 경쟁력을 유지 및 강화시켜 준다. 올해는 '소프트웨어 중심사회' 구현을 선언한 정부의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되는 해다. 정부 정책의 첫머리에 '인재 양성'이 있다. 우리나라는 훌륭한 자질을 갖춘 인적자원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이러한 풍부한 자원을 현업에서 필요한 인재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산업의 트렌드와 미래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굳이 정부 정책이 아니라도 생존과 성장이 핵심 가치인 기업과 기관의 의사 결정권자들이 소프트웨어자산관리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김은현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 회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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