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야동 제목만으론 아청법 처벌 안돼

대법 “동영상, 외관상 의심 여지없이 명백히 아동·청소년 인식되는 경우라야”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소녀’라는 단어가 담긴 야한 동영상을 유포한 것만으로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 혐의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대법관 권순일)는 교복을 입은 사람이 성행위를 하는 일본 동영상을 배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모(24)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은 이씨를 아청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배포)’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대법원

이씨는 파일공유사이트에 ‘사춘기 소녀들의 성적 호기심’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려 불특정 다수인이 내려받게 한 혐의를 받고 기소됐다. 이씨가 청소년을 연상하게 하는 제목의 동영상을 올렸고, 동영상에는 실제 교복을 입은 주인공이 등장했지만 법원은 아청법 적용에 대해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이씨의 아청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1심은 “사건 동영상의 제목은 ‘사춘기 소녀들의 성적 호기심’이고, 교복을 입어 학생으로 연출된 사람이 성행위를 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면서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하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하고, 해당 인물이 실제 성인으로 알려져 있다고 하여 달리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아청법 적용 대상이 ‘아동·청소년으로 명백히 인식될 수 있는 사람’으로 개정되면서 법원의 판단은 달라졌다. 2심 재판부는 “일본에서 합법적으로 제작·판매되고 있는 영상물로서 등장하는 배우들이 실제로는 아동·청소년이 아니라 성인배우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배우들은 비록 동영상 내의 복장, 배경 등에 의하여 고등학생 이하의 아동·청소년인 학생으로 연출되어 있기는 하나, 외모, 신체발달 상태, 행위 내용 등에 비추어 볼 때 이들의 실제 연령에 대한 배경정보가 없는 상태에서도 의문의 여지없이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재판부 의견을 받아들여 아청법 위반 혐의는 인정하지 않고,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외관상 의심의 여지없이 명백하게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되는 경우라야 하고, 등장인물이 다소 어려 보인다는 사정만으로 쉽사리 ‘아동·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사람이 등장하는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이라고 단정해서는 아니 된다”고 판시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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