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v class="break_mod">無政歲月 有鄭輪回'말의 해'라서 그랬던가,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한 해였다. 말처럼 달려보자고 했던 연초의 다짐들은 세계 경제의 대체적인 불황과 요동치는 환율, 그리고 국내 정책들의 좌초로 말처럼 되지 않았다. 투자심리는 오그라들고 소비심리는 얼어붙었다. 대통령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외쳤지만 TV에선 '정상인 듯 정상같은 정상 아닌 비정상회담'이 예능프로로 등장했고, 현실 속에서도 그 권력의 정점을 포함해 상식을 이탈한 말들과 사건들이 쏟아졌다. 본사 편집국 기자들은 치열한 내부 심사를 거쳐 2014년의 열 가지 사건을 추려냈는데, 신문의 전문영역을 살려 경제 뉴스를 많이 넣고자 했으나 비(非)경제적 사건들이 워낙 경제를 뒤흔든 까닭에 그 점을 중시할 수밖에 없었다. 무정세월(無政歲月), 유정윤회(有鄭輪回). 한 해를 집약한 풍경은 그 우울한 여덟 글자로 시작됐다. 뉴스들 중에서 엄지에 꼽힌 것은 두 말할 것도 없이 세월호 사건이었다. '무정세월'은 세월호의 침몰 과정과 그 이후, 정치의 실종과 골든타임의 실기(失期)를 꼬집은 말이다. '세월호에 정치는 없었으며 세월만 보냈다'는 중의법(重意法)이다. 그리고 비선(秘線)정치와 청와대 권력 암투 논란이 가져다준 국민충격도 만만치 않았다. (일본언론이 집중적으로 제기했다가 청와대의 격분을 사기도 했던) '세월호 7시간 논란'으로 슬슬 불거진 정씨의 존재감은, 급기야 대통령 동생과의 암투설과 권력을 농단하는 환관의 무리(십상시)에 대한 리포트로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대통령은 청와대 진도견이 실세라고 웃으며 받아쳤지만 정씨의 국정개입설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나쁜 사람' 인사(人事) 소문 따위로 삐져나왔다. '유정윤회'는 '자꾸만 뱅뱅 도는 정씨가 있었네'라는 의미다. 땅콩 리턴의 조현아 사건은 땅콩 하나로 비행기를 리턴시키고 승무원을 하차시키는 '황제갑질'이 드러난 사례였다. 재벌 3세의 방종이 극을 달린 상징적인 사건이었으나 이 기업이나 장본인은 문제의 심각성조차 인식하지 못한 채 사태를 축소하는 것에 매달려 더욱 공분을 샀다. 대한항공을 '대한땅콩'으로 바꿔야 한다는 치명적인 조롱이 민심 속에서 터져나왔다. 이것을 차음하여 '대한당공(大恨唐公)'이란 4자성어를 만들었다. '하늘에 큰 한을 남긴 당돌한 공주'라는 의미다. 이를 계기로 대기업의 승계문화가 일신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올해는 세월호에 이어 경주 리조트와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 등 어이없는 죽음이 유독 많았다. 사고가 터지면 언론들은 곧 방심과 부실이 만들어낸 인재(人災)였다고 와글거리며 뒤늦은 분석을 쏟아낸다. 하지만 사자(死者)가 참사의 진실을 말한다. 아직도 우린 제 국민을 제대로 아끼고 보살피는 데에 참으로 젬병인 안전후진국이라는 점을 말이다. 올해의 4자성어는 마치 '사자성어(死者成語)'인 것 같다. 죽은 자가 말을 한다는 의미다. 옷깃을 여미며 그 준렬한 말씀들에 귀라도 열자. 뉴스의 나머지는 뒤에 자세하게 실었다. 본지의 캐릭터 상품이 된 '4자성어 10대뉴스'를 돌아보며 한 해를 겸허하고 경건하게 마무리하는 것은 어떨까. 정리=이상국 편집에디터 isomis@
2014년 10대 뉴스를 관통하는 것은 '상식의 실종'이었다. 많은 사건들은 우리에게 기본으로 돌아가 다시 마음을 다지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아시아경제신문 기자들이 뽑은 10대 뉴스 중에서 경제분야라 할 수 있는 것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과 국민은행 사태,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월세전쟁,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와병이 꼽혔다. 그 외에도 통합진보당 해산과 카카오톡 감청사태, 군 사고도 잊지 못할 기억을 남겼다. 이 외에도 뉴스는 많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제 살리기는 '초이노미(初異怒尾ㆍ처음엔 좀 다른 듯 했으나 끝에 가서는 분통만 터지다)'였고, 무능한 여당과 그보다 더했던 야당은 '등여실야(等與失野ㆍ등신같은 여당 실신한 야당)'란 말로 조롱당했고, 물의를 일으킨 수능은 '수능개판(水能改版ㆍ물수능과 시험답안 번복사태)'이라 할 만했다. 돈이 안 도는 경제는 '장롱갱재(臟弄更財ㆍ재물을 계속 숨겨놓고 장난만 치는 것)'였고, 국민은행의 정보유출과 내분은 '공민혼행(孔民混行ㆍ국민을 구멍나게 하는 혼돈의 행보)'이라 할 수 있었으며, 대박흥행 영화 '명량'과 '인터스텔라'는 '천만충성(千萬忠星ㆍ1000만명이 충성한 충무공-성좌 속으로(인터스텔라)'였다. 세월호와 관련해 만인의 지탄을 받으면서 사라졌던 유병언은 미스터리의 시신으로 돌아와 '유구무언(劉口無言ㆍ유병언의 입은 말이 없다)'이 됐고, 세월호 현장서 도망친 선장은 '나만살장(懶慢殺將ㆍ나태와 태만으로 사람들을 죽인 장수)'였다. 자, 한 해를 가만히 돌아보자. <편집국>無政歲月 <무정세월> 세월호에 정치는 없었고지난 4월16일 아침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했다. 침몰 사고는 구조 작업 과정에서 총체적인 부실을 드러내면서 304명이 희생된 초대형 참사로 이어져 한국사회를 전례 없는 충격에 빠뜨렸다.
세월호
有鄭輪回 <유정윤회> 뱅뱅 돌며 튀어오르는 정씨가 있었네현 정부의 비선실세로 알려져온 정윤회씨가 실제 국정에 개입해왔다는 내용의 문건이 지난 11월 말 공개되면서 정국은 큰 혼란에 빠졌다. 문건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으나 파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윤회
痛進朴殺 <통진박살> 앓는 진보를 거칠게 죽임12월19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 중 8명의 찬성 의견으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강제해산을 선고했다. 헌재는 통진당의 목적과 활동이 헌법에 규정된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시했다.
통진당해산재판
中門開放 <중문개방> 중국의 FTA 문이 열렸는데올해 정부는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을 포함해 모두 4개의 FTA 타결을 선언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내년 1월1일 발효되는 한ㆍ캐나다 FTA는 우리의 11번째 FTA다.
한중FTA
臥李起李 <와리기리> 삼성가 병석의 이 회장, 뜨는 이 부회장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7개월째 입원 중이다. 이 회장의 와병은 그룹 전체에 악재로 작용했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 시대를 알리는 시점이기도 했다. 슬림화에 맞춘 조직개편, 석유화학ㆍ방위사업 계열사 매각 등의 전략이 이어졌다.※일본어 와리기리는 "딱 잘라 결론짓다"
이건희
大恨唐公 <대한당공> 하늘에 큰 한을 남긴 당돌한 공주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땅콩을 봉지째 줬다며 항공기를 돌린 '땅콩 리턴'은 올해 세계가 놀란 갑질의 대명사다. 검찰이 항공보안법상 항공기항로변경, 항공기안전운항저해폭행과 형법상 강요, 업무방해 등 총 네 가지 혐의로 조 전 부사장을 기소했다.
조현아
慘甚下軍 <참심하군> 참담하고 극심한 하류 군문화의 노출올해 군에 대한 불신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28사단에서는 윤모 일병이 선임병들의 폭행에 시달린 끝에 숨진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파문을 일으켰고, 지난 6월에는 22사단 일반전초(GOP) 부대에서 임모 병장이 총기를 난사해 장병 5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총기난사
異論法而 <이론법이> 단통법에 폰값 오르니 어찌 이런 법이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지난 10월1일 시행됐다. 이 법안은 불합리한 보조금 차별을 금지하고 이동통신사가 보조금 내역을 공개하는 것으로 골자로 한다. 법 시행 보름 만에 개정안과 폐지 운동이 벌어지는 등 홍역을 앓았다.
단통법
可毒渦悚 <가독와송> 카톡 감청거부가 독이 돼 소용돌이와 공포가…카카오톡 감청 논란은 다음카카오가 수사기관에 카톡 대화내용을 제공한 것이 알려지면서 촉발됐다. 이는 사이버 망명 사태로까지 확산됐다. 이석우 공동대표가 수사기관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또 한 번 논란을 야기했다.
카카오톡
公無渡月 <공무도월> 님아 저 월세강을 건너지마오'미친 전셋값'이란 말을 실감한 올해였다.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17년 만에 최고치인 70%에 도달했다. 이런 가운데 월세 거래는 폭증했다. 임대차 거래의 41.3%(올 11월까지 누계치 기준)가 월세인데 2011년(30.0%)에 비해서는 11.3%포인트 높다.
전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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