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vs시진핑]⑧헬리콥터 아베, 불도저 시진핑

소비세 인상으로 고꾸라진 GDP가계소비 줄어 경기 회복세 둔화살짝 살아난 경제에 찬물 끼얹어
#1.백발의 원로교수가 중앙은행 총재를 '새'에 빗댔다. '지저귀지 않는 카나리아 새'라고 했다. 아베노믹스를 설계한 하마다 고이치 미국 예일대 교수다. 그는 시라카와 마사아키 전 일본은행(BOJ) 총재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 일본 경제가 거덜 났다고 쏘아붙였다. 돈을 풀지 않고 쭈뼛쭈뼛하다가 결국 디플레이션을 맞았다는 거다. 그는 강력한 양적완화정책을 추진해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고 엔저를 유도해 수출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핏대 세워 말한다. 그리고는 구로다 하루히코 당시 아시아개발은행 총재를 일본은행 수장으로 아베 신조 총리에게 천거했다. #2.'아베(Abe)+아마겟돈(Armageddon)=아베겟돈'. 아베신조와 아마겟돈(지구 종말 최후의 전쟁터라는 뜻)을 합성한 말이다. 알렉스 프리드먼 UBS 웰스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가 처음 입에 올려 고유명사로 자리 잡았다. 프리드먼 CIO는 "자산가격은 급등하지만 실질 성장은 없는 스태그플레이션인 시나리오가 일본에 나타날 수 있다"며 이를 '아베겟돈'이라고 이름지었다. 그는 아베겟돈 상황이 닥치면 일본 부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급속히 확대돼 일본 국채 시장으로부터 자금의 이탈이 쇄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지도 벌써 1년 반이 흘렀다. 명과 암을 두고 의견이 팽팽히 갈리지만 아베노믹스는 현재진행형인 실험이다. 화폐를 마구잡이로 풀어 물가를 띄우고 재정지출을 대폭 늘리는 한편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성장을 촉진하는 '세 가지 화살'을 기본 축으로 한다. 출범 초기 정책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여론이 많았다. 숫자가 눈으로 나타났다. 80엔대로 떨어져 있었던 엔·달러 환율은 110엔대를 쳐다보고 있고, 일본 증시 닛케이지수는 50% 넘게 폭등했다. 그러나 서서히 역풍이 몰아치고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일본 경제가 가당치도 않은 부양책 때문에 붕괴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겉보기엔 그럴싸하지만 속을 살펴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어 '수상개화(樹上開花)'라는 지적이다. '가짜 꽃으로 꾸미는 전략'처럼 천문학적인 정부부채를 뒤에 숨기고, 주가와 환율에 의지한 아슬아슬한 경기부양책을 펼치면서 결코 실현될 수 없는 세 가지 정책목표를 추구한다는 점에서다.
◆'신의 한수(?), 엔저'= 2013년 4월, 구로다 하루히코가 일본은행 총재가 된다. 그는 일본 재무성 차관보로 일하면서 공격적인 외환시장 개입으로 엔저를 주도했던 인물답게 취임 당시 "2년 내에 2%의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준비가 돼 있다"고 천명했다.구로다의 취임과 함께 일본중앙은행은 전무후무한 규모로 화폐윤전기를 돌리기 시작한다. 이른바 '2·2·2 정책'이다. 물가상승률을 2년 내 2%로 끌어올리기 위해 국채 보유 잔고를 두 배로 늘렸다. 장기국채 중심의 매입도 단행했다. 3년 수준인 일본은행 보유 국채 잔존 만기를 7년으로 확대했다. 일본 정부에 '장기간' 돈을 퍼주고, 풀린 통화가 시장에 보다 '장기간' 유통되도록 한 조치다. 구로다는 자신의 정책을 '양적·질적 완화 정책'이라고 소개했다. 환율이 가장 빨리 반응했다. 엔화 가치는 아베 총리의 조기 총선 결정 당일부터 추락했다. 아베 총리 취임 당일인 2012년 12월26일 85.35엔에 머물렀던 엔·달러 환율은 6개월 뒤 97.38엔으로 올라섰고 취임 1년차를 맞은 12월26일 104.76엔을 기록, 100엔대를 돌파한 이래 가파르게 뛰어 29일 종가 기준 109.34엔으로, 110원대에 육박하고 있다.일본 닛케이225지수도 마찬가지다. 1만6310.64로 아베 총리 취임 전 2012년 12월25일(10080.12포인트)과 견줘보면 62% 급등했다. 급등한 환율이 수출기업들의 실적을 끌어올려줄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 급등을 이끌었다. 경제성장률과 물가도 같이 올랐다. 2012년 말 아베가 집권할 무렵 -1%로 떨어졌던 성장률은 2013년 3분기 2.0%로 뛰어올랐고 마이너스를 면치 못하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13년 11월 들어 1.5%로 높아졌다. 하지만 엔화약세의 약발은 오래가지 못했다. 경상이윤의 증가 정도는 업종별, 자본규모별로 달랐다. 장기 저금리의 혜택을 본 부동산과 건설업, 금융보험업의 이익은 늘었지만 엔저로 수입원자재 가격 급증 직격탄을 맞은 전기가스, 음식숙박업은 오히려 이익이 크게 떨어졌다. 자본규모별로 양극화도 심했다. 10억엔 이상의 대기업 이윤이 급증하고 1000만엔 미만의 소기업 이윤은 떨어졌다. 수출기업들의 장부상 엔화 환산이익은 늘지만 수출물량이 늘어나는 효과도 미미했다. 일본 수출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공장을 해외로 이전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되레 급격한 엔저가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일본은행 부총재 출신 이와타 가즈마사 일본경제연구센터 소장은 적정 엔·달러 수준은 90~100엔이며 지나친 엔저가 교역조건 손실을 가져와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소비세 찬물 끼얹나= 아베노믹스가 지난 4월 단행한 소비세도 일본경제의 최대복병이다. 기껏 부양한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베 정부는 연말까지 추가 소비세 인상 여부(2015년 10월 8%→10%)를 결정해야 한다. 연말에 경기가 회복된다면 인상 결정을 해도 좋지만 경기가 안 좋으면 연기할 가능성도 높다. 앞서 2012년 8월 일본 여야는 5%인 소비세를 2014년 4월부터 8%, 2015년 10월부터 10%로 올리기로 하는 법안에 합의했다. 그렇지만 일본 정부는 이번 소비세 인상은 재정건전화(정부부채 감소)와 사회보장 재원 마련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른 세수증가분은 전액 사회보장 4대 경비(연금·의료간호·사회보장급부·저출산 대책)에 활용키로 했다. 당장 숫자를 보면 우울하다. 소비세 인상으로 1분기 6.1% 상승했던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 -7.1%(연율)로 돌아섰다. 소비자들도 연간 5조엔 규모의 추가 조세부담을 짊어지게 됐다. 소비세 인상은 가계소비 감소로 이어져 일본의 취약한 경기회복세를 둔화시킬 전망이다. 일본은 1989년 4월 소비세(3%)를 도입한 이후 1997년 4월 이를 5%로 한 차례 올렸다. 이후 일본 국민들은 디플레이션 등 경기악화를 경험하면서 소비세 인상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 1997년 하시모토 류타 일본 총리가 소비세 인상을 단행하자마자 성장세를 보이던 일본 경제는 둔화세로 전환됐다. 이듬해에는 자국 내 금융불안과 아시아 외환위기 등으로 -1.5%의 성장을 기록했다. 민간 소비도 소비세 인상 직후 각각 1.7%, 3.5% 줄어 일본 경기가 부진했다. 금융·통화, 농촌경제까지 총괄시진핑의 거침없는 리더십중국 경제개혁 밀어붙이려 하는데
#1.'미스터 런민비'(위안화의 공식 명칭)는 저우 샤오촨 중국 인민은행 총재의 별명이다. 2012년부터 총재를 지냈으니 벌써 12년차 최고참 중앙은행 총재다. 중국 금융권을 대표하는 인물이자 국제금융계의 거물인 저우 총재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다. 그런데 최근들어 교체설이 불거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금리자율화와 금융개혁이 자리한다. 저우 총재는 단기 경제 부양에 선을 긋고 금융개혁에 집중했다. 이는 중국 정부의 경제성장률 목표치 7.5% 달성에 부담이 됐다. 차기 총재로 떠오르는 인물은 궈슈칭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위원장 겸 산둥성장. 이달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에서 윤곽이 드러날 예정이다. 저우 샤오촨 총재가 경질되면 경제권력까지 장악한 시진핑의 원톱체제는 더욱 더 견고해질 전망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통화정책은 '타초경사(打草驚蛇)'로 비유된다. 수풀을 쳐서 뱀을 놀라게 하듯 의심이 가는 적의 상황은 모두 살피고 먼저 행동을 취하기 전까지도 상황을 면밀히 살펴본다는 뜻이다. 중국은 일본에 맞서 대규모 부양책을 할 것 처럼 하다가도 다시금 경제개혁쪽으로 초점을 맞추는 등 '성장'과 '개혁' 사이를 오가며 유연하면서도 공산당 특유의 강력한 추진력으로 통화정책 드라이브를 펼치고 있다. ◆훙비(붉은 돈)의 힘= 시진핑 주석의 '위안화 국제화 전략'에 발맞춰 차이나머니가 약진하고 있다. 시 주석은 통화정책 부분에서 위안화 국제화를 가속화 시켜 미국과의 통화전쟁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려하고 있다. '싸우지 않고 승리한다'는 뜻의 '부전이승(不戰而勝)' 전략을 펼치는 것이다. 위안화 무역결제 규모는 지난 3년간 30배나 늘었다. 2010년 상반기 누적 670억 위안에 이르던 위안화 무역결제 규모는 2013년 상반기 2조438억 위안으로 뛰었다. 전체 무역거래 중 위안화 결제비중은 두자릿수로 상승해 2012년 1월 7.5%이던 것이 2013년 9월 18.1%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위안화 환율제도를 개선하고 역외 위안화시장을 넓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위안화 거래량은 함께 증가하고 있다. 2010년 340억 달러 수준에 머무르던 위안화 거래량은 2013년 1200억 달러로 늘었다. 일일 거래량 기준으로는 2001년 35위에서 2010년 17위, 2013년 9위로 올라섰다. 위안화를 활용한 직접투자와 해외투자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3년 1∼9월 대중국 외국인투자 중 위안화 결제규모는 2803억 위안을 기록했다. 2012년 연간 결제액인 2536억 위안을 이미 넘어선 상태다. 이 기간 중국의 해외투자 중 위안화 결제규모는 522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136%가 폭증했다. 2014년 7월 3∼4일 시진핑 방한 경제사절단으로 한국을 찾았던 텐궈리 중국은행 이사장은 위안화 국제화를 5단계(해외유통, 무역환산 및 무역결제, 투융자, 국제준비 통화) 로 구분한 뒤, 현재 위안화는 대외준비통화를 목표로 투융자와 화폐 기능을 실험중이라고 소개했다. 이러한 강력한 경제개혁 드라이브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강력한 1인 권력체제가 자리한다. 시 주석은 공산당 중앙위원회 산하 조직인 중앙재경영도소조장으로 국가 장기 경제발전계획은 물론, 금융과 통화, 농촌 경제까지 총괄하는 거시경제 총사령탑을 맡고 있다. 1998년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주룽지 당시 총리에게 조장을 맡긴 뒤 지난 16년 동안 총리가 가졌던 권한을 다시 획득해 마오쩌뚱에 준하는 권력을 쥐게 된 셈이다.
◆인민은행 쌓인 4조달러 =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6월말 4조 달러로 1위다. 2위인 일본과의 차이도 무려 3배다.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후 증가한 외환보유고는 연평균 증가율이 27.3%에 달하면서 전세계 외환보유고에서의 비중이 2000년 8.5%에서 2014년 1분기 33.3%까지 올랐다. 이는 인민은행이 위안화 절상 압력 완화를 위해 무역수지 흑자 등 다방면으로 유입된 대규모 국제자본을 적극적으로 흡수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외환보유고는 대내외 충격으로부터 중국 경제와 금융의 안정성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줬다. 내부적으론 환율안정을 통한 수출은 물론, 과거 국유은행의 부실채권 처리도 지원할 수 있었다. 단기외채 급증과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 등의 충격을 완화하는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내외 금리차가 확대돼 외환보유고 유지 비용이 늘고, 민간 외화자금의 효율적인 활용이 제한된 점은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현재 중국의 외환보유고의 연간 이자손실만 745억달러로 추정된다. 글로벌 저금리 기조로 주요 투자처인 미국과 대체투자처인 유럽연합(EU)와 금리차가 확대되면서 운용손실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정부는 중국의 해외투자를 더욱 촉진하고 외환시장 개혁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투자유치가 필요한 나라에게 중요한 국가가 될 전망이다. ◆유연하고 강한 통화정책 = 중국 인민은행은 경기부양을 위해 여러가지 변화구를 던지고 있다. 우선 담보보완대출(PSL)제도를 통해 대규모로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양적'완화보다는 '질적'완화에 가까운 통화정책이다. PSL은 1조 위안의 자금을 4%내외로 중국개발은행에 3년 만기로 담보부로 빌려주는 방식이다. 목적은 외환매입(위안화 공급)을 대체할 안정적인 본원통화 공급 수단을 확보하고, 금리 자유화 이행 과정에서 안정적인 시장금리 조성을 위한 중기 벤치마크 금리로 활용하는 것이다. 단기적으론 선별적 정책금융을 통해 경기부양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외견상 대규모 유동성 지원이나 선별적 공급을 통해 시장금리 하락 유도에 중점을 두고 있어 양적완화라기보다는 질적완화에 가깝다. 이 때문에 향후 중국의 금융시장 자유화와 자본거래 개방이 가속화되면서 인민은행의 통화정책체계도 선진화돼 중국 통화정책과 국제금융시장 간 연계성도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PSL은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자금을 대여하고, 이를 통해 경제주체들에게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면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프로그램(TLTRO)과 유사하나, 자금 지원을 특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강한 정책 통제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PSL의 등장은 중국의 최근 정책적 기조인 '미세조정 (fine-tuning)'의 연장선상이다. 거시적 차원에서의 경기의 미세조정에서 미시적 차원에서 통제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정책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것이 효과적으로 작동한다면 인민은행은 지급준비율 조절과 같은 거시경제 전체에 영향을 주는 전통적인 통화정책보다, 타깃형 정책을 통한 미세조정에 주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이 '타깃형' 정책 역시 시진핑 국가주석이 강조해온 정책방향이기도 하다. 대표적인 예는 저소득층을 위한 중앙은행 주택자금 지원이다. 시 주석은 최근 인민은행이 1000억 위안(약 16조4000억원)에 달하는 특별금융을 편성하도록 했다. 저소득층이 자기 돈을 거의 들이지 않고 집을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외신들은 "시 주석의 이같은 정책은 미국이나 일본처럼 중앙은행이 자산매입(양적완화) 프로그램에 따라 무차별적으로 모기지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과는 다르다"며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싶은 계층을 겨냥했다"고 평가, 시 주석의 '타깃형' 전략을 설명했다환율 변동폭 확대 또한 인민은행의 주된 개혁책이다. 인민은행은 3월17일부터 위안화 환율의 일일 변동 허용폭을 기존 1.0%에서 2.0%로 확대했다. 외국환은행의 달러화 매입과 매도 환율 허용 편차도 기존 2%에서 3%로 확대했다. 이번 변동폭 학대는 2005년 7월 바스켓관리변동환율 제도를 시행한 이래 2007년 5월(0.3%→0.5%)과 2012년 4월(0.5%→1.0%)에 이은 세번째 조치다. 이 조치는 중국이 중장기 핵심과제로 추진 중인 경제금융 개혁의 일환이다. 중국은 단계별 금융개혁을 추진할 방침을 수차례 강조해왔다. 전인대에서도 환율 변동폭 확대를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위안화 환율이 양방향 변동성이 커지고, 금융 개혁이 심화되고 그 영향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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