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계 고질병 확 뜯어고친 오동진회장

각종 사업 공개·고유…다양한 소통으로 경기력 향상 지원 방안 마련

오동진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

[인천=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회장님 때문에라도 열심히 뛰어보려고요."인천아시안게임 육상 남자 100mㆍ400m 릴레이 출전을 앞둔 김국영(23ㆍ안양시청)의 말이다. 남자 경보의 박칠성(32ㆍ삼성전자), 김현섭(29ㆍ삼성전자) 등 다른 선수들도 25일 아시안게임선수촌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비슷한 각오를 내놓았다. "회장님의 성원에 꼭 보답하고 싶어요." 김돈순 대한육상경기연맹 사무국장(50)은 "연맹에서 일하면서 이런 풍경은 처음"이라고 했다. 오동진(66)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은 평소에도 선수들로부터 감사의 메일을 자주 받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는 여건을 잘 닦아줬다. 한국 육상은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전까지 천수답(天水畓)이었다. 지도자들 사이에 파벌싸움이 계속됐고, 선수들은 국내 무대에 안주했다. 한국 육상의 경기력은 아시아에서조차 변방으로 밀렸다.오 회장은 지난 2009년 삼성전자 북미총괄 사장직을 내려놓고 욱상연맹 회장에 취임했다. 고질병과 같던 관습을 뜯어 고치는 데 5년여가 걸렸다. '육상 세계화'를 내걸고 모든 행정 지원과 사업추진의 공정, 공개, 공유에 개입했다. IT를 활용한 의사결정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양한 소통으로 경기력 향상 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글로벌 프로젝트에도 신경을 썼다. 스테파니 하이타워 미국육상연맹 회장, 하워드 애리스 자메이카육상연맹회장 등을 만나 외국인 지도자들을 영입했고, 10~14세의 어린 선수들을 발굴ㆍ육성하는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키즈 프로그램도 적극 수용했다. 그는 "집안이 쓰러져간다고 넉 놓고 있을 수 없었다. 희망인 꿈나무들을 키워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최선이었다"고 했다.

남자 장대높이뛰기의 진민섭(오른쪽)이 오동진 대한육상경기연맹 회장 앞에서 인천아시안게임 육상 선수단대표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한국은 최근 IAAF 회의에서 유소년 육상의 모범 사례로 소개되고 있다. 오 회장은 지난 4월 라민 디악 IAAF 회장으로부터 감사의 편지를 받기도 했다. 키즈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한 남자 높이뛰기의 우상혁(18ㆍIB월드와이드)과 장대높이뛰기의 진민섭(22ㆍ인천광역시청)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유력한 메달 후보다. 오 회장은 "이들이 선전해야 한국 육상에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며 "이번 대회는 시작에 불과하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하계올림픽에서 우리 선수가 두 명 이상 결선에 진출해야 한다"고 했다.오 회장의 목표가 하나 더 있다. 연맹의 자생이다. 오 회장은 "삼성전자의 후원으로 연맹이 유지되고 있지만 이제는 체육협회들도 후원기업을 유치하는 등의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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