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AG]마린보이, 넌 아직 전성기야

박태환, 부담감·부상 겹쳐 주종목 자유형 400m서 동메달…아직 25세, 2016년 브라질 리우올림픽서 메달 도전 가능

박태환[사진=김현민 기자]

[인천=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인천에 와서 처음 2~3일은 좋았는데."세 번째 메달. 그러나 박태환(25ㆍ인천시청)은 고개를 숙였다. 주 종목 자유형 400m에서도 동메달을 땄다. 순위보다 기록이 기대 밖이었다. 그는 23일 문학 박태환수영장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 자유형 400m 결선에서 3분48초33에 터치패드를 찍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며 처음 참가한 1월 19일 빅토리아오픈 챔피언십에서의 기록(3분47초72)에도 미치지 못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 때 세운 개인 최고기록(3분41초53)에는 7초 가까이 뒤졌다. 박태환은 "마지막 점검에 불찰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심리적 부담? = 박태환은 여전히 올 시즌 남자 자유형 400m 세계랭킹 선두다. 8월 23일 참가한 환태평양수영선수권대회에서 3분43초15를 기록했다. 라이언 코크레인(26ㆍ캐나다)이 쓴 3분43초46을 0.31초 앞당겼다. 정확히 한 달이 지나 기록은 5초 이상 늦어졌다. 올 시즌 세계랭킹으로는 22위에 해당하는 기록. 반면 금메달을 차지한 중국의 쑨양(23)은 3분43초23으로 세계랭킹 2위에 올랐다. 은메달을 딴 하기노 고스케(20ㆍ일본)는 3분44초48로 5위에서 제자리걸음을 했다. 박태환은 기록이 갑작스럽게 곤두박질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심리적인 문제만 언급했다. 그는 "경기가 한국에서 열리다보니 이슈가 많이 됐다. 훈련한 대로만 했다면 1위를 했을 텐데 국내에서 경기를 준비하며 집중하지 못한 상황이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마이클 볼(52ㆍ호주) 전담코치도 "모든 한국인들이 박태환의 금메달을 원한다. 체력을 관리하는 이인호(31) 트레이너로부터 몸이 다소 긴장돼 있다고 전달받았다"고 했다.

박태환[사진=김현민 기자]

그러나 많은 수영 관계자들은 심리적인 문제만으로 이런 결과가 나오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추진력을 내는 기술이나 스퍼트할 때의 탄력을 문제로 지적한다. 실제로 박태환은 동메달(1분45초85)을 딴 자유형 200m 결선 전까지 경기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자유형 200m 예선을 마친 21일 그는 "내 최고 기록에 도전하는 레이스를 펼치겠다. 아픈 곳도 없다.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400m 결선을 마쳤을 때도 얼굴에서 긴장한 기색은 찾을 수 없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쑨양이 금메달 소감을 3분 이상 늘어놓자 그는 지루했는지 하기노에게 장난을 걸었다. 이어진 사진 촬영에서는 오른쪽에 선 쑨양을 가운데로 잡아당기면서 농담을 건네는 여유도 보였다.▲준비에 문제가 있었다? = 박태환의 컨디션은 정상이 아니었다. 그는 12일 문학박태환수영장에서 훈련을 하다 어깨와 허리를 다쳤다. 자유형 400m 구간별 기록을 최종 점검하다 근육에 무리가 왔다. 당시 테스트 결과는 세계기록 수준의 페이스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3분40초대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앞서 볼 코치는 100m 구간별 기록을 각각 53초대, 55초대, 55초대, 54초대로 주문했다. 이날 결선에서 박태환은 첫 100m 구간을 53초94에 통과했다. 그러나 이후 구간 기록은 58초11, 58초41, 57초87이었다. 200m까지 선두권을 유지했지만 이미 세계기록은 기대할 수 없는 페이스였다.

위쪽부터 하기노 고스케, 쑨양, 박태환[사진=김현민 기자]

그는 무엇보다 자신의 리듬을 회복하지 못했다. 스트로크는 유연성을 잃었고, 허리는 뻑뻑해 하체의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정상과 거리가 먼 컨디션에 초반 쑨양, 하기노와 함께 레이스를 펼치다 막판에 치고나갈 것을 주문한 볼 코치의 전략은 통할 리 없었다. 박태환은 일찌감치 지쳐버렸고, 강점인 후반 스퍼트는 시도조차 못했다. 사실상 결정이 난 결과에 오히려 마지막 50m 구간을 다소 무성의하게 지나쳤다. 적잖은 수영 관계자들이 이번 경기를 두고 유소년들에게 보여주지 말았어야 할 경기 자세였다고 지적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아직 끝나지 않았다 = 이번 부진은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 박태환은 불과 두 달 전인 7월 21일 MBC배 전국수영대회 자유형 200m에서 당시 시즌 세계 최고 기록(1분45초25)을 썼다. 남자 개인혼영 200m에선 한국기록(2분00초31)을 경신했고, 자유형 400m에서도 3분44초75로 선전했다. 수심이 1.35m에 불과하고 국제대회용 스타팅블록도 없는 열악한 조건에서 보여준 역영이었다. 당시 그는 "아시안게임에서는 최상의 환경에서 경기를 한다. 이보다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고 했다.

박태환[사진=김현민 기자]

그동안 국내 수영계는 남자선수의 전성기를 19세~21세로 여겼다. 그래서 청소년 때부터 혹독한 훈련을 시켰다. 박태환은 비교적 체계적인 과정을 밟았다. 열여덟 살이던 2007년 SK텔레콤과 후원 계약을 맺었다. 훈련비 일체를 지원받았고 전담팀과 국제대회를 함께 준비했다. 2008 베이징올림픽부터 나타나고 있는 남자선수의 전성기는 20대 중반이다. 금메달 열네 개 가운데 열두 개를 스물셋에서 스물여섯 살 사이의 선수가 쓸어 담았다. 은메달과 동메달도 각각 열 개와 아홉 개를 땄다. 박태환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때 스물일곱 살이 된다. 다시 한 번 정상을 노리기에 충분하다.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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