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의 핵심조항인 분리공시제 도입이 무산되면서 결국 우려가 현실로 반영됐다. 시장에 풀리는 보조금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단이 없어지면서 단통법의 실효성 논란도 제기될 전망이다.삼성전자가 영업기밀을 이유로 강력반발하고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힘을 실어준 것이 결정적이었다. 핵심 규제수단인 분리공시가 포함되지 않으면서 업계 '자율' 방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이에 따라 단통법 시행 초기부터 극심한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규개위, 삼성 손 들어줘 분리공시 없던 일로= 정부는 24일 서울청사에서 국무총리 산하 규제개혁위원회 규제심사를 열고 핵심조항 중 하나인 분리공시제를 포함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단통법 고시안을 확정했다. 분리공시란 사업자가 보조금을 공시할 때 이동통신사의 지원금과 제조사의 장려금을 별도로 표시해야 하는 규정이다. 단통법 고시안은 미래창조과학부 5개, 방송통신위원회 6개 등 총 11개다. 이 가운데 분리공시는 보조금 공시제도 내용이 포함된 '지원금 공시 및 게시 방법 등에 관한 세부 기준'에 새롭게 포함된 내용이다. 방통위는 보조금 공시제도 고시안을 마련한 이후 이동통신사의 지원금과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을 소비자가 구분할 수 있어야 투명한 보조금 집행이란 법안 취지가 분명해진다는 업계 요구에 따라 도입을 검토했다.하지만 삼성전자가 영업기밀 유출을 이유로 강력반발했다. 해외에서 판매량이 월등히 많은 삼성전자임을 감안하면 영업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와 산자부도 삼성전자에 힘을 실어주면서 분리공시에 대한 도입 분위기는 급선회했다. 지난 12일 열릴 예정이었던 규개위는 19일과 24일로 재차 연기되면서 분리공시가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졌던 것이 사실이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기재부와 산자부가 워낙 강한 반대입장을 표명해왔기 당초 비관적이었다"며 "분리공시 도입을 못한 데 따른 책임은 기재부와 산자부가 하도록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업계 자율이냐 기존 통합공시냐 혼란 불가피= 핵심조항인 분리공시가 빠지면서 정치권과 이통사, 시민소비자단체들의 불만이 거세지면서 후폭풍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단통법 시행 초기 소비자 혼란도 커질 전망이다. 당장 갤럭시노트4가 이달 출시되고 아이폰6도 이르면 10월 말 국내 출시되기 때문이다. 언제 단말기를 바꿀지 쓰던 단말기를 그대로 쓰면서 통신사만 바꿀 경우 보조금은 얼마나 받게 될지 등에 대한 계산도 복잡해진다. 당장 분리공시를 강하게 주장한 미래부와 방통위, 마케팅 비용 부담이 줄어들 수 있어 분리공시를 적극 밀었던 이통사들은 대응방안 찾기에 돌입했다. 현재 고육지책으로 거론되는 것은 업계 자율 시행이나 현행 통합공시를 그대로 이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업계자율로 달면 해석에 따라 제조사와 이통사가 동의해 분리공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근거로 활용될 소지가 짙다. 통합공시로 가면 제도의 효율성 측면에서 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A이통사 관계자는 "당연히 포함될 줄 알았던 내용이 빠지게 되면서 대응책 마련에 착수해야 된다"며 "소비자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준비할 기간이 너무 짧다"고 우려했다. B이통사 한 관계자는 "업계 자율 고시나 기존 통합공시로 가게되면 결국 정책은 유명무실해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0월부터 시행되는 단통법을 준수하면서 시장질서 확립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방통위는 규개위 심사 결과에 따라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어 분리공시제를 제외한 단통법 고시안을 최종 확정하는 한편 25만∼35만원 범위 안에서 보조금 상한선도 결정할 방침이다. 보조금 상한선은 현재의 합법적 보조금 액수인 27만원 선보다 많은 30만원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미래부도 방통위의 보조금 상한선을 기준으로 분리요금제의 할인율을 결정하는 등 후속 작업을 곧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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