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백 대신 1.3kg짜리 스탠드백 멘 캐디 아버지와 5년 만의 우승합작
허미정이 요코하마타이어클래식 최종일 11번홀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뒤 환호하고 있다. 프래트빌(美 앨라배마주)=Getty images/멀티비츠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아버지를 위해 캐디백까지 가볍게."허미정(25)이 '아버지 캐디'와 5년 만의 우승을 합작했다. 22일(한국시간) 미국 앨라배마주 프래트빌 RTJ골프장(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요코하마타이어클래식(총상금 130만달러)에서 꼬박 5년만의 우승을 일궈낸 뒤 한참을 울었다. 아버지 허관무(60)씨 역시 선글래스 뒤로 눈물을 삼킨 채 딸을 토닥였다. 지난주 에비앙챔피언십 직후 프랑스에서 곧바로 이곳 대회장으로 날아왔고, 아버지는 미국 댈러스의 집에서 딸의 캐디를 맡기 위해 이동했다. 허미정은 그러자 무거운 투어백 대신 3파운드(1.3kg)짜리 가벼운 스탠드백을 선택했다. 보통 5kg을 넘는 투어백의 절반도 안 되는 무게다. 전담캐디를 구하지 못하고 있는 딸을 위해 캐디를 자처한 아버지를 위한 배려였다. 아버지는 고향 대전의 의류사업을 접고 아예 미국으로 건너가 딸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아버지와 함께 5년이 넘는 긴 여정을 통산 2승으로 완성해 감동이 더욱 컸다. 2005년부터 2년 간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허미정이 바로 2007년 프로로 전향하자마자 곧바로 미국 무대로 떠난 선수다. 176cm의 큰 키에다 유난히 팔이 길어 '골프에 적합한 체형을 갖췄다'는 평까지 들었다.2008년 2부 투어인 퓨처스투어 상금랭킹 4위로 2009년 LPGA투어에 합류해 그해 8월 세이프웨이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일궈내 출발도 좋았다. 하지만 이후 가파른 내리막길이 이어졌다. "3년 전부터 스윙을 교정했는데 이도저도 안 됐다"며 "샷이 되면 퍼팅이 망가졌고, 퍼팅이 될 때는 샷이 갈피를 잡지 못했다"고 했다. 3주전 포틀랜드클래식에서 공동 9위가 부활의 출발점이 됐다. 지난주 에비앙챔피언십에서는 메이저 우승까지 바라보다 공동 3위에 입상해 자신감을 찾았다. 허미정은 "스윙 교정 이후 (퍼팅과) 타이밍이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며 "스윙이 자리를 잡으면서 요즈음은 퍼팅에 신경을 쓰고 있고, 둘 다 잘 되고 있다"고 환호했다. 실제 올 시즌 평균 퍼팅 수는 박인비(26ㆍ28.9개)를 제치고 1위(28.77개)에 오를 정도로 절정이다. 이날 세계랭킹 1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를 무려 4타 차로 제압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했다. 첫날 25개의 '짠물퍼팅'을 앞세워 8언더파를 몰아쳐 우승을 예감했다. 감기 기운 때문에 고전했던 2라운드에서는 2위로 밀려나며 주춤했지만 3, 4라운드에서 다시 퍼팅 수를 각각 25개와 27개로 줄이며 11언더파를 추가하는 '퍼펙트 플레이'를 펼쳤다. 허미정은 "루키해에 우승을 하고 쉽게 풀릴 줄 알았다가 정말 힘든 시기를 보냈다"며 "이번 우승은 줄곧 나를 지켜봐 준 아버지의 힘이 컸다"고 아버지에게 공을 돌렸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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