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김혜민 기자] 국민은행의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내홍을 빚은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직무정지 3개월'에 해당하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는 당초 금융감독원이 건의한 '문책경고' 보다 한 단계 상향된 수위다.
금융위원회는 12일 오후 금융위 전체회의를 열고 임 회장에 대한 '직무정지 3개월' 결정을 최종 확정했다. 임 회장에 대한 징계 결정은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금융위 의결을 거쳐 최종 결정된다. 이로써 중징계와 경징계를 오갔던 임 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는 한 단계 상향된 '직무정지'로 최종 결론났다.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주의·주의적경고·문책경고·직무정지·해임권고 등 5단계로 나뉜다. 문책경고 이상은 중징계로 분류되며 직무정지는 1개월·2개월·3개월 등 기간별로 달리할 수 있다. 금융위가 당초 금감원의 건의보다 한 단계 높은 수위의 결정을 내린 데는 주 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KB금융 내부의 갈등이 표면화 돼 금융권의 신뢰를 추락시켰다는 판단에서다. 국민은행 주전산기를 유닉스로 교체하기 위해 국민은행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금감원의 검사 결과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특히 임 회장은 이 같은 사실을 수차례 보고 받았음에도 감독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고 유닉스 전환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자회사 임원 인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금융위 위원 중 한 명인 정지원 상임위원은 "KB금융지주 회장은 국민은행 등 자회사의 경영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최고 책임자임에도 직무상 감독업무에 태만했다"며 "이로 인해 KB금융그룹의 경영건전성 훼손 정도가 심각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번 일로 고객불안과 함께 금융권 전체의 신뢰가 추락된 점도 간과하지 않았다. 정 상임위원은 "KB금융지주와 국민은행 임직원 간에 심각한 내부갈등이 지속되는 와중에도 자회사에 대한 경영관리업무를 소홀히 함으로써 그룹 내부의 갈등과 지배구조의 난맥상이 외부로 표출되는 등 사회적 물의가 야기됐다"며 "그 결과 건전경영이 심히 위태롭게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고 판단했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는 금융시장의 안정과 고객자산의 안정적 관리를 저해하는 등 공익을 침해할 우려가 매우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상향 조정은 출석위원 전원 찬성으로 이뤄졌다. 이날 금융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금융위 위원들은 KB금융그룹이 국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국민재산을 관리하는 금융사의 기본 책무를 고려해 책임을 무겁게 물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번 결정으로 임 회장은 3개월 간 회장직을 물러나게 된다. 제재통보를 공식적으로 받은 날로부터 3개월이다. 복귀 후 임기를 채울 수도 있지만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앞서 금융지주사 회장으로서 직무정지 3개월을 받았던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2010년)과 황영기 KB금융 회장(2009년) 등도 모두 중도 사퇴했다. 임기가 끝난 뒤에는 4년 동안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된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이날 금융위 전체회의가 끝난 직후 확대 간부회의를 열고 "금융시스템 안정과 국민재산 보호는 우리 금융당국의 본연의 의무이며, 그 어떤 것보다 우선시 해야 할 가치"라며 "오늘 리더십을 상실한 CEO의 직무를 정지한 것을 계기로 우리 금융당국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KB 금융지주와 은행의 경영이 정상화 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의 조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고, 잘 마무리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금융위와 금감원은 지금 이 시각부터 KB 금융의 경영리스크가 해소되는 시점까지 비상근무체계를 유지하는 등 비상 체제를 가동키로 했다"고 밝혔다. 향후 금융당국은 금융위 부위원장을 중심으로 금융위, 금감원 합동 비상대응팀을 구축할 예정이다. KB 금융지주와 은행에는 금감원 감독관이 파견된다. 이를 통해 경영공백 상태인 KB 금융의 경영상황을 상시 모니터링하고,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신 위원장은 밝혔다.중징계 결정이 날 경우 소송에 나설 뜻을 밝혔던 임 회장은 필요 시 개인 자격으로 소송에 나서야 한다. 회사차원의 소송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다만 제재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회장직을 당분간 유지하게 돼 KB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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