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훈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경제전망에 따르면 작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을 인구 수로 나눈 한국의 1인당 명목 GDP는 2만4329달러로 세계 33위를 기록했다. 전년(2만2590달러)보다 1739달러 늘어난 것이다. 불과 50년 전 한국의 1인당 GDP는 100달러를 밑돌았다. 아프리카보다 못 사는 세계 최빈국이었다. 당시 필리핀은 우리보다 3배 이상 국민소득이 높았다. 이런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것을 세계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렀다. 그 밑바탕에는 공업화가 있었고 산업단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9월 서울디지털단지(옛 구로공단)가 50주년을 맞는다. 구로공단의 역사는 바로 한국 공업화의 역사다. 이곳에 섬유업체 전자부품업체 등이 들어서면서 공업화의 고동을 울리기 시작했다. 비록 작업환경은 열악했지만 이곳에서 일한 여성 근로자들의 땀이 공업화의 밑거름이 됐다. 가난하던 시절 이들은 산업단지 내 공장에서 미싱을 돌리며 집안을 이끌었다. 부모님을 봉양하고 동생들의 학비를 대 주던 분들이다. 1단지(구로동)에 이어 가산동에 2단지와 3단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구로공단은 제 모습을 갖춰갔다. 그 뒤 울산, 구미, 창원, 반월ㆍ시화, 남동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산업화의 맥박이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국내 산업단지는 지금 전체 국내생산과 수출의 약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중추적인 기능을 맡고 있다. 하지만 산업단지는 몇 가지 과제를 안고 있다. 우선 전국 산업단지 내 절반이 넘는 근로자가 40대 이상이다. 인력난이 상존하고 있는 가운데 근로자들의 고령화가 가속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산업단지공단 조사를 보면 산업단지 근로자의 연령 분포는 40대가 32.4%, 50대 이상이 19.9%였다. 이들 연령층이 전체의 52.3%를 차지했다. 반면 20대는 13.9%, 30대는 33.8%에 불과했다. 하지만 기업들이 원하는 인력은 20~30대여서 인력 불균형이 심각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청년 근로자가 산업단지 내 중소기업 취업을 꺼리는 게 가장 큰 요인이다. 구체적으로는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 산업단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힘든 일 기피, 편의시설 부족, 열악한 근로환경 등이 꼽혔다. 학력이 높을수록 산업단지 기피현상이 심했다. 이를 해결하는 일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산업단지별 '구조고도화'를 적극 추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구조고도화는 쉽게 말해 낡은 공장을 혁신하는 것이다. 생산시설로 밀집된 회색빛 공장지대를 '교육ㆍ문화ㆍ복지시설이 들어서고 젊은이들이 몰려오는 곳'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반월ㆍ시화, 구미, 창원, 대불 등 4개 노후 산업단지를 '혁신산업단지'로 바꾸는 작업을 시작했다. 2017년까지 노후산업단지 17곳에 대한 혁신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다. 서울디지털단지에도 문화ㆍ예술ㆍ복지ㆍ편의시설을 대거 확충하고 있다. 기존 부지 중 재활용이 가능한 곳을 개발해 호텔, 오피스, 문화ㆍ집회시설 등을 만들고 있다. 창조산업지원센터, 지식산업센터, 근로자를 위한 주거시설 등 다목적 복합ㆍ편의시설 등도 들어설 예정이다. 이런 혁신을 통해 청년들이 찾는 산업단지, 활력이 넘치는 단지를 만들 생각이다. 산업단지가 과거 배고픔을 극복하고 선진국 문턱에 들어서는 원동력이었다면 구조 고도화와 문화 복지가 어우러진 새로운 산업단지는 1인당 GDP 4만달러 시대를 앞당겨 한국이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기관차 역할을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는 단순히 어떤 한 기관만으로 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입주기업과 관련 부처 지방자치단체가 혼연일체가 돼 산업단지 혁신을 위해 뛰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미래 먹거리는 산업단지에서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남훈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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