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내라 대한민국]한국의 전통, 세계로 뻗어간다

K팝·K드라마에 공예·전통춤 등 가세..더 다양해지는 한류 모습 보여줘전통 접목한 이이남 작가 미디어아트도 눈길외국인들 "자연친화적·상생적" 극찬..현대미술서도 다양한 접목 시도'모던한 국악'에 베트남 4만명이 얼쑤

정해조 작가의 옻칠 작품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K팝', 'K드라마'로 대표되던 한류 열풍에 공예, 국악, 전통춤 등 전통 장르들이 가세하고 있다. 전통 문화예술이 속속 문화수출 길에 동승함에 따라 한류가 더욱 다양해지는 양상이다. 우리 전통 문화예술을 접한 세계인들의 관심도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문화계는 "우리 전통 문화예술에 열광하는 외국인들이 많다"며 "다양한 문화가치를 제대로 알려야 한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통'에는 각각의 지역이 지닌 고유한 삶의 노하우, 특정 산물과 관련된 기술, 문화가 녹아 있다. 그러므로 지역문화의 밑바탕이며 뿌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세계대전 이후 도시화와 산업화 과정을 거친 많은 나라들에서는 평화와 공존, 지속가능한 발전의 가능성을 전통에서 찾고 있다. 문화적 다양성의 한 축으로서의 전통의 가치에도 주목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 특히 한국의 전통문화가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우리의 전통이 다른 어느 나라의 그것보다 자연친화적이며 상생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전통 가구들을 보면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순응해서 만들어진 우리 전통가구들은 "새롭다기보단 옛날부터 늘 그곳에 있었던 것 같은 우리나라의 심상을 담아낸다.(박명배 소목장)". 한지는 또 어떤가. "아무 것도 첨가되지 않은 한지는 그 자체로 살아 있는 작품이다. 은은하면서 아름답고 순수하다.(한경화 한지장)".

유의정 작가의 도자기 작품

 ◆밀라노에 이어 런던, 파리, 시카고서 한국 공예 초청= 최근 목가구, 한지, 조각보, 도자기 등 한국 전통 공예에 대한 유럽의 많은 평론가들의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과 5월 각각 이탈리아 '밀라노 디자인 위크' 와 영국 런던 '콜렉트'(Collect) 전시에서 현지 평론가들은 "오묘한 매력이 숨겨진 한국 전통 공예 작품에 감탄했다", "한국은 조상으로부터 받은 지혜와 솜씨, 형태의 쇄신, 전통 장인의 지식보존을 통해 미래의 동력을 만드는 모범 사례"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달 8일부터 5일간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열렸던 콜렉트전은 국제적으로 엄선된 공예 갤러리들이 참가하는 페어다. 여기에 한국 작가 13명이 50여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지난해 대영박물관과 빅토리아&앨버트(V & A) 박물관에서 구매한 정해조 작가의 옻칠 작품은 올해도 크게 주목받았다. 동양공예에 조예가 깊은 영국의 레이디 빅토리아(Lady Victoria)라는 칭호의 귀족이 정 작가의 '흑광율' 작품을 전시장 입장 즉시 구매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외에도 노르웨이 디자인 뮤지엄에서 유의정 작가의 도자기 등 총 8명 작가의 작품들이 판매됐다.  오는 9월과 11월 프랑스와 미국에서도 우리 공예품들의 전시가 이어진다. 파리 노르 빌팽트 전시장에서 열리는 '메종앤오브제'(Maison&Objet) 박람회와 시카고 소파((SOFA, Sculpture Objets Frnctional Art+Design)전이다.  최공호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교수는 "과거에 비해 전통공예를 외국에 소개하는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과거의 형식을 전승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전시와 우리 전통 문맥 속에서 문화상품이나 패션 등으로 풀어내는 전시 등 두 가지 형태가 보인다"며 "두 번째 형태인 디자이너와 장인의 협업 전시는 앞으로 그 노하우가 전통기술이 배양된 해당 지역에도 축적될 수 있도록 정책적, 제도적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트남 후에 페스티발에서 선보인 무고 '태평성대'의 한 장면

우즈베키스탄 코리아페스티벌에서 선보인 부채춤

◆국악과 전통춤에 매료된 세계= 해외는 한국 전통 춤과 국악에도 빠져들고 있다. 지난 4월9일부터 17일까지 열린 '제8회 베트남 후에 페스티벌' 기간 동안 국악공연에 총 4만2000여명이 관람했다. 총 4회 공연에서 국립국악원은 태평성대, 태평무, 설장구춤, 부채춤, 사랑가, 소고춤 등을 선보였다. 국악 공연 1회당 1만명 이상 관람객 입장은 매우 드문 사례로, 당시 청중의 열기는 'K팝' 공연장을 방불케 했다. 이달 초 우즈베키스탄에서 펼쳐진 '2014 우즈베키스탄 코리아페스티벌' 행사에서도 공연 때마다 관람객이 1000여명씩 운집, 한국 국악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 행사에서도 태평무, 동래학춤, 가야금산조, 부채춤, 기악합주, 설장구춤, 소고춤 등이 현지인들을 사로잡았다.  국악원은 우리 전통 춤과 음악에 대한 열기를 계속 이어갈 계획이다. 국악원은 오는 30일 개최되는 독일 '루돌슈타트 월드뮤직 페스티벌'에도 참가해 가야금산조, 살풀이, 신관동별곡 등을 공연할 예정이다. 10월에는 '홍콩 차이니즈 오케스트라'와 사물놀이, 설장구 협연을 펼친다. 판굿 공연도 펼친다. 국악원 관계자는 "국악은 우리만 즐기는 음악으로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만 우리 음악과 춤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이 갈수록 늘고 있어 한류의 한 장르로 당당히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 춤과 음악을 배우려는 외국인도 많아졌다. 지난 17일부터 2주간 진행되는 국립국악원의 '국제국악연수'에 총 24개국, 85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미주,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등 대륙별 음악 학자, 전문 연주가, 작곡가, 공연 기획자로 국악을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연수에선 정악, 민속음악, 무속음악 등 이론 강의와 가야금, 판소리, 장구, 해금 등의 실기 등 국악 전 장르가 다뤄진다. 연수에 참가한 캐나다 작곡가 랜디 레인로이시(55)는 "양반 다리로 앉아 직접 악기를 연주하는 게 불편하고 힘들지만, 자연의 소리를 담은 '국악'을 접하다 보면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며 "한국 전통음악은 서양음악과 전혀 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에는 경기민요계를 대표하는 이춘희 명창의 '아리랑과 민요' 음반이 독일어권 내에서는 가장 권위 있는 음반 시상식인 '독일음반비평가상' 수상식에서 월드뮤직상을 거머쥐며 한국 전통음악의 예술성을 세계적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이이남, '8폭병풍 Ⅲ', 비디오, LED TV, 혼합재료, 4분, 2011년.

◆전통을 접목한 현대미술= 최근 회화, 설치, 미디어아트 등 여러 장르의 현대미술에서도 전통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먹히는 작품'이 되고 있다. 파리에 있는 유네스코 본부에서는 지난 4월 한국의 '꼭두(전통 상례에서 상여를 장식한 나무 조각품)'전이 열렸다. 오는 10월6일부터는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유네스코 한국위원회 홍보대사인 이이남 작가의 전시가 일주일간 개최된다. 이 작가의 비디오 영상 작품은 실재하는 동양화 그림을 변용해 멈춰 있던 나비와 벌을 움직이게 하거나 꽃잎들이 무수히 바람에 나부끼게 하는 등 '움직이는 동양화'로 유명하다. 색다른 화면과 함께 은은한 국악도 곁들여져 있다. 전남 담양 출신인 이 작가는 "나와 광주지역 작가들의 작품이 유네스코 본부 100평 전시장에서 소개될 것"이라며 "'광주'의 유네스코 창의도시 가입을 위해 마련한 전시"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우리 전통 회화미에 테크놀로지가 곁들여진 새로운 미술을 통해 고전과 현대의 정점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회문화부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