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보도국 '막장 드라마'에 시청료 내야 하나?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KBS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종국을 향해 치닫고 있다. KBS 보도국의 '막장 드라마'를 보면서 참담한 마음이다. 픽션에서만 보던 막장 드라마를 논픽션에서도 보고 있으니 대한민국의 앞날이 걱정이다. KBS노동조합은 지난 14일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비대위(이하 비대위)'로 전환했다. 길환영 KBS 사장 퇴진을 위한 파업투쟁을 결의했다. KBS 기자협회는 길 사장이 퇴진하지 않을 경우 19일부터 제작거부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KBS 부장단도 길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KBS 노동조합·기자협회·부장단까지 '길환영 사장 사퇴'가 KBS 갈등 해결의 시작점이라는데 의견을 함께 한 것이다. 길 사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항변했다. KBS 보도국 조직 전체가 사퇴 의견으로 뭉쳐지면서 귀추가 주목된다. 김시곤 전 KBS보도국장은 지난 16일 길 사장의 제작간섭과 청와대 압력이 있었다고 폭로해 충격파를 던졌다. 김 전 국장은 "길 사장이 우선순위를 정하는 등 뉴스제작에 일일이 간섭했다"며 "세월호 사건을 두고는 정부로부터 해경을 비판하지 말라는 요청을 여러 차례 받았다"고 말했다. 정부의 해당 당사자가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이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끄덕였다.KBS 부장단의 일괄 사표도 초유의 일이다. 부장단은 길 사장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20년 이상 뉴스현장에서 보낸 우리들은 KBS가 날개도 없이 추락하는 것을 바라만 보고 있다"고 자책했다. 이어 "정권과 유착해 KBS 저널리즘을 망친 사람이 어떻게 KBS 사장으로 있겠단 말인가"라고 언급해 길 사장을 직접 겨냥했다. 재난방송으로써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는 KBS. 보도국장이 사퇴하고 권력의 외압이 있었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비대위는 "길환영(사장)이 보도 독립성을 훼손하고 청와대 눈치 보기와 정권의 오더(요구)에 충실하고자(?) 공영방송 KBS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비대위는 "길환영(사장)은 더 이상 KBS를 욕보이지 말고 자진 사퇴하라"며 "그것만이 최소한이라도 남아 있는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것이고 공영방송 KBS의 날개 없는 추락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조직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한 리더는 물러나는 게 맞다. 길 사장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 지 지켜볼 일이다. 해명이 될지, 아니면 사퇴가 될지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KBS에 시청료를 내고 있는 국민들은 이번 '막장 드라마'를 보면서 KBS에 실망감이 크다는 것이다. 배신감과 절망감까지 든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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