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하루 만에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 시작된 겁니다." 1일 이주열 신임 한국은행 총재의 취임사를 듣던 한 고위 간부는 긴장감 역력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소공동 한은 별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경영관리 시스템과 업무수행 방식의 전면 재점검"을 천명했다. 하루 전 중단 없는 개혁과 경쟁을 당부하고 떠난 김중수 전 총재와는 완전히 다른 청사진이다. 조직 운영 원칙엔 교집합이 없었지만, 금융안정 기능을 확대를 통한 '큰 한은'을 지향한다는 점에선 시선이 겹쳤다.
◆"개선, 곧바로 착수"=이 총재는 취임일성으로 대규모 조직 개편을 예고했다. 통상 8월에 실시하는 보완인사의 판이 커지고, 시점도 확 당겨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본지 3월 14일자 참조) 어조는 단호했다. 이 총재는 "현행 경영관리 시스템이나 업무수행 방식의 효율성을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도입 취지와 달리 업무 능률을 떨어뜨리는 등 부작용을 드러낸 조치가 있다면 조속히 개선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를 위한 작업에 곧바로 착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열 파괴로 압축되는 김 전 총재 시절의 인사 방식은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총재는 "오랜 기간 쌓아 온 실적과 평판이 가장 중요한 평가기준이 돼야할 것"이라면서 "그래야만 직원들이 긴 안목에서 자기를 연마하고 진정으로 은행발전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동기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변화와 경쟁을 강조한 김 전 총재의 고별 강연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김 전 총재는 전날 "총재로서 추진하고자 하는 개혁과제들은 한은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면서 "한은 발전을 위해 스스로 고통을 마다하지 말고, 자발적으로 하지 않으면 남의 손에 의해 변하게 된다는 철칙을 잊지 말라"고 당부했다.
◆"금융안정기능 강화"=조직 운영 원칙엔 타협점이 없었지만, 한은의 역할 강화를 기대하는 마음은 같았다. 이 총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이 물가안정 뿐 아니라 금융안정도 함께 도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최근 들어서는 잠재성장률의 추세적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성장이나 고용에도 통화정책의 중점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따라서 "경제 구조와 대외 환경의 변화에 상응해 한은의 역할과 책무가 재정립돼야 한다"면서 "현행 통화정책 운영체계가 물가안정 뿐 아니라 금융안정과 성장 또한 조화롭게 추구하라는 국민의 시대적 요구를 담아낼 수 있을지 깊이 연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대목은 김 전 총재가 고별 강연의 마지막 주제로 다룬 '미완의 과제'에 그대로 담겨있다. 김 전 총재 역시 고별 강연에서 "한은에 조금 더 확대된 금융안정 책무를 부과하는 것이 글로벌 추세에 더 적합하다"면서 장기적으로 한은법을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환기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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