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KIA타이거즈 선수단이 6일 개장을 앞둔 새 야구장 '광주-기아챔피언필드'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일본과 미국의 두 구장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 까닭은 광주 새 야구장의 외양이 두 구장과 비슷하기도 하고 구장 이름에 특정 기업의 이름이 들어 있기도 해서다. 서울도 부산도 아닌 광주에 이런 구장이 들어서다니. 국내 프로 야구도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새 야구장이 생기면서 광주시에는 두 야구장이 이웃하고 있다. 새 야구장은 예전 종합운동장을 무너뜨리고 지었고 옛 무등 구장은 그대로 있다. 무등 구장은 아마추어 야구장으로 활용하는 한편 내년 7월 열리는 여름철 유니버시아드대회 야구 종목 보조 경기장으로도 쓴다. 그러나 야구팬들의 기억에서 서서히 사라져 갈 것이다. 스포츠팬들에게 경기장은 선수 이상으로 많은 추억을 남긴다. 글쓴이에게 무등 구장의 추억은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3년 10월 15일 해태 타이거즈와 MBC 청룡의 한국시리즈 1차전이 열린 무등 구장. 1만2천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구장에는 발 디딜 틈 없이 관중들이 들어찼다. 낮 경기였고 선선한 가을 날씨였지만 무등 구장의 열기는 한여름 야간경기만큼이나 뜨거웠다. 선발투수 이상윤이 1회초를 무실점으로 막은 가운데 해태는 1회말 공격에서 선두타자 김일권의 안타와 2번 타자 김일환의 볼넷으로 무사 1, 2루를 만들었다. 기회는 무사 만루로 이어졌다. 3번 타자 김성한의 타격 때 배트가 부러지면서 배트 조각이 타구와 함께 3루 쪽으로 날아갔다. MBC 3루수 이광은이 이를 피하려다 타구를 놓쳐 주자가 모두 살았다. MBC 선발투수 오영일은 4번 타자 김봉연을 삼진으로 잡아 한숨을 돌리는 듯했지만 5번 타자 김종모의 타구가 3루 베이스를 맞고 방향이 바뀌면서 2루타가 돼 2-0이 됐다. 해태는 김무종의 내야 땅볼 때 추가 득점해 3-0으로 달아났다. 해태에는 행운, MBC에는 불운이 이날 승패를 일찌감치 갈랐다. 해태가 7-3으로 이 경기를 이긴 뒤 결과는 어지간한 야구팬이라면 기억하고 있을 터. 합숙 훈련과 후기리그 우승 보너스 문제 등으로 김동엽 감독과 선수들의 사이가 냉랭해지는 등 분위기가 흐트러진 MBC는 해태의 기세에 밀려 1무4패로 힘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물러섰고 ‘해태 왕조’가 태동했다.광주 새야구장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와 무등야구장(오른쪽)
프로야구 구장 시설이라고 하기에는 낯간지러운 더그아웃에 앉아 있던 선수들과 더그아웃 뒤에 있는 허름한 감독실 의자에 앉아 경기 개시 시간을 기다리고 있던 김응룡 감독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비만 오면 원활하지 않은 배수 때문에 ‘개구리 운동장’으로 불리던 외야 그라운드부터 살펴야 했던 구단 직원들의 얼굴도 이제는 추억의 앨범 갈피에 있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