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진, 배구명가 삼성화재를 지탱한 중심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고희진(34)은 남자 프로배구 삼성화재의 전성기를 함께한 '원클럽맨'이다. 실업시절인 2003년 입단해 2005년 프로가 출범한 뒤 정규시즌에서 여섯 차례 우승을 함께 했다. 그는 이제 팀 내 최고참이자 주장으로서 통산 여덟 번째 우승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한다. 센터로 뛰는 고희진은 삼성화재 신치용(59) 감독의 등록상표인 '분업배구'의 상징이다. 동료 센터 이선규(33)가 속공(성공률 64.84%ㆍ1위)으로 팀 득점에 기여한다면 고희진은 가로막기(블로킹)로 중심을 잡는다. 올 시즌 103세트에서 가로막기 66개를 성공시켜 94개를 잡아낸 신영석(28ㆍ우리카드)과 76개의 윤봉우(32ㆍ현대캐피탈)에 이어 이 부문 3위다. 지난해 12월 10일 러시앤캐시와의 경기에서 가로막기 3개를 해 이선규에 이어 두 번째로 통산 가로막기 600개 고지를 돌파했다. 13일 현재 634개로 이선규(706개)와 윤봉우(644개)에 이어 이 부문 3위다. 삼성화재가 지난 9일 현대캐피탈을 3-1로 꺾고 세 시즌 연속 정규리그 우승(23승6패ㆍ승점 65)을 확정할 때도 고희진은 가로막기로만 4점을 올렸다. 49점을 몰아친 주 공격수 레오(24)와 12점을 보탠 라이트 박철우(29)에 비해 공격 기여도는 떨어지지만 경기 흐름을 바꾸는 결정적인 장면에서 고희진이 빛났다. 특히 1-1로 맞선 3세트 승부처에서 3개를 잡아내 흐름을 결정했다. 신치용 감독은 "고희진은 우리 팀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전성시대 멤버"라고 했다. 고희진은 헌신을 요구하는 삼성화재의 구단 문화를 상징하는 선수다. 지난해 1월 1일 현대캐피탈과의 새해 첫 경기를 앞두고는 삭발을 했다. 전반기 막판 드림식스, LIG손해보험과의 경기에서 무기력하게 패하자 무언의 메시지로 동료를 독려한 것이다. 신 감독은 "삭발을 좋아하진 않지만 분위기를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했다. 삼성화재는 이후 11연승을 달린 끝에 지난 시즌 통합 우승했다. 팀에 활기를 불어넣는 고희진의 존재감은 기록 이상의 효과를 불러온다.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이적생들에게도 고희진은 든든한 버팀목이다. 현대캐피탈에서 둥지를 옮긴 이선규는 "(고)희진이 형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기량이 더 좋아진 것 같다"고 했다. 고희진은 "삼성화재가 꾸준하게 우승하는 원동력은 팀워크"라며 "다른 팀들이 따라하고 싶어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자부심을 표현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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