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도 사기 12년형, 형시효 연장 위해 잠시 국내서 복역 후 中 재송환[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3900억원대 금융범죄를 저지른 뒤 중국으로 달아난 사기범이 14년6개월 만에 국내로 송환된다. 법무부는 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다 중국으로 도주한 변인호(56)씨를 20일 국내 송환한다고 밝혔다. 변씨는 외환위기 직전까지 폐반도체를 고가 컴퓨터 부품을 수출하는 것처럼 꾸며낸 신용장으로 국내 8개 시중은행으로부터 수출대금 2700억원을 받아 가로채는 등 3900억원대 금융사기를 저지른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로 1997년 11월 구속기소돼 이듬해 8월 1심에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았다. 변씨는 그해 말 구속집행정지로 풀려나 한양대병원에 입원했다 창문으로 달아난 뒤,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던 1999년 6월 위조여권을 이용해 중국으로 달아났다. 변씨의 징역 15년형은 궐석 재판으로 확정됐다. 변씨는 달아난 중국에서도 사기 행각을 이어가다 결국 현지에서 체포돼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정부는 변씨가 체포된 2005년 말부터 범죄인 인도를 청구했지만, 중국은 자국에서 형을 다 살린 뒤에야 보내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현행법상 비록 감옥에 갇혀있더라도 중국에 머무는 이상 변씨가 국내서 받은 징역 15년형의 시효는 그대로 계속 흘러 내년 3월이면 끝날 예정. 뒤늦게 중국으로부터 변씨를 넘겨받더라도 형을 살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법무부가 꺼내 든 카드는 중국과 우리 정부가 맺고 있는 범죄인 인도조약 상의 ‘임시인도’ 조항이다.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던 이 조항은 양국이 조건을 정해 일시적으로 신병을 넘겨받은 뒤 필요한 절차가 끝내면 다시 돌려보내는 규정이다. 법무부는 “양국 모두 전례가 없고 중국 내에서도 외교부, 검찰, 공안부 등 여러 기관의 동의가 필요해 성사 전망이 불투명했으나 외교부, 주중 대사관 등과 긴밀한 공조 끝에 설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2시께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할 예정인 변씨는 국내에서 7일간 복역한 뒤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 2018년 4월까지 남은 중국에서의 형기를 채워야 한다. 이후 다시 송환되면 국내에서의 남은 형기를 채우게 된다. 징역형의 시효는 수사기관이 체포하면 중단되고 다시 15년의 시효가 진행되도록 되어 있어 일부라도 형을 살려두면 다시 전체 징역형을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현행법상 해외도피 중에는 형 시효가 정지되지 않아 이를 틈타 형 집행이 면제되는 사례가 매년 끊이지 않는다”며 “이를 손보도록 국회 계류 중인 형법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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