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출범 5년 성과와 과제 (2)부실한 관리시스템

일단 만들어놓고…운영·감독 뒷짐 진 정부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로스쿨 제도는 김영삼 정부에서 논의가 시작돼 노무현 정부에서 마무리되기까지 이를 도입하는 데 10여년의 시간이 걸렸다. 도입 이후에도 많은 논란에 휩싸여 있는 제도다. 그런 만큼 제도의 정착을 위한 세밀한 보완 작업이 많이 필요하다. 그러나 제도 도입까지의 많은 논의와 진통에 비해 시행 5년이 돼 가는 동안 로스쿨 제도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리나 점검은 매우 부실한 형편이라는 지적을 사고 있다. 우선 변호사시험을 주관하고 있는 법무부는 로스쿨의 도입 취지인 '다양한 법조인 양성'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점검할 통계자료조차 갖고 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법조인력과 관계자는 "변호사시험 합격자의 출신학부·전공·나이 등에 대한 통계자료는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변호사시험에 응시할 때 수험생들의 출신학부 등은 필수 기재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만 최소한의 통계 자료조차 확보하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협동사무처장은 "변호사시험 합격자 출신성분 통계는 로스쿨 서열화에 악용될 소지가 있는 정보라서 수집이 필수라고 할 순 없지만, 통계가 가지는 순기능을 고려해 정책적 판단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쿨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고 있는지에 대한 모니터링 노력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법무부에서 로스쿨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인사인력과는 ▲사법시험·변호사시험의 시행 및 제도 개선 ▲법조인 선발 및 양성제도 조사·연구 ▲사법시험 관련 송무관리 업무를 담당한다고 표방은 하고 있지만 주업무는 시험의 관리감독에 치우쳐 있다. 인사인력과 관계자는 로스쿨 제도에 대한 조사나 연구를 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입학정원제 위헌 판결 등 현안이 있을 때마다 사안별로 대응하고 있다"며 "현재로선 따로 하고 있는 조사나 제도개선 연구 작업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상위권 대학 로스쿨 학장은 "현재 법조인력과의 인력으로는 변호사시험과 사법시험 관리만으로도 벅찰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또한 로스쿨 제도의 총체적 관리보다는 교과과정 등 미시적인 부분에만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로스쿨 담당부서인 대학지원과 관계자는 "교육부의 주업무는 로스쿨 교육과정 운영이며 각 로스쿨이 인가기준을 잘 지키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제도의 체계적 관리와 재평가와 관련된 논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각계에서 이뤄지고 있다. 현재 로스쿨 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대한변호사협회 산하 법학전문대학원평가위원회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가장 큰 비판을 받고 있는 이른바 '돈스쿨 문제'의 경우 박영선 민주당 국회의원이 예비시험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국회에서 관련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로스쿨 도입을 주도했던 전 사법개혁추진위원회 추진단장 김선수 변호사는 "정부차원에서 제도 보완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좋겠는데 그런 의지가 보이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민간 차원의 다양한 논의도 있어야겠지만 정부의 책임 있는 재평가 작업이 부실한 탓에 로스쿨 관련 집단 간의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로스쿨 현장에 있는 교수들은 "예비시험제는 로스쿨 도입취지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반대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승철 서울변호사협회 회장은 "로스쿨 등록금이 비쌀 뿐 아니라 로스쿨 입학에 유리한 해외 경력 등도 돈이 없는 사람은 갖추기 힘든 조건"이라며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고 있다.  박근용 사무처장은 "보통 사회적으로 문제가 공론화되면 위원회 등이 만들어지곤 하는데 정부 스스로 로스쿨 운영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모임을 꾸리는 게 바람직하다"며 "로스쿨위원회(가칭) 등이 생긴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평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지난 11일 '로스쿨 교육과정의 문제점에 관한 심포지엄'에서 "일본처럼 정부 차원에서 법조양성제도개선각료회의 등이 만들어져 논의가 돼야 한다"며 "로스쿨 문제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할 법무부가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지 않고 방치하고만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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