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구석유 창업3세, 절묘한 매도 타이밍

가짜 석유 단속 강화로 주가 오르자 대규모 지분 처분

[아시아경제 전필수 기자]47년 역사를 자랑하는 석유판매업체 흥구석유의 창업주 3세가 정부의 가짜 석유 단속 강화로 주가가 급등한 때를 활용, 지분 전량을 처분했다. 이로 인해 창업주 가족과 공동경영을 해 온 2대 주주쪽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흥구석유의 최대주주는 서상덕 외 3인에서 김상우 외 3인으로 변경됐다. 서상덕씨의 동생인 정덕씨가 지분 153만612주(10.20%)를 20일 장에서 모두 처분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덕씨쪽 지분율은 36.07%에서 25.87%로 줄었고, 35.84%를 보유 중인 김상우 대표이사쪽이 최대주주가 됐다. 정덕씨는 현재 흥구석유 부회장을 맡고 있는 서동홍씨의 둘째 아들이다. 서 부회장은 두 아들에게 지분 대부분을 상속한 상태로 현재 지분율은 0.31%(4만5918주)에 불과하다. 서 부회장의 두 아들은 회사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고, 서 부회장의 동생인 동재씨가 상무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흥구석유의 일 평균 거래량은 2만주 내외에 불과하다. 지난달 8일에는 3455주만 거래되기도 했다. 1, 2대 주주 지분율이 70%를 넘다보니 유통물량이 극히 적었던 것. 이런 상황에서 정덕씨가 150만주가 넘는 물량을 단 하루만에, 그것도 고가로 처분할 수 있었던 것은 때마침 분 정부의 가짜석유 단속 발표 때문이었다. 이 소식에 흥구석유는 20일 장 초반 상한가로 치솟으며 상한가 잔량이 수십만주 쌓이는 이상 급등현상을 보였다. 오전 10시가 넘어 상한가 잔량이 늘어나면서 상한가가 공고해지려는 때를 정덕씨는 놓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정덕씨는 36억원 가량을 순식간에 현금화 시킬 수 있었지만 테마에 편승하려던 투자자들은 된서리를 맞았다. 상한가인 2460원을 굳건히 지키던 주가가 9.81% 하락한 1930원까지 밀렸기 때문이다. 결국 흥구석유는 20일 7.48% 하락한 1980원으로 장을 마친데 이어 21일에도 추가 하락하며 1900원선도 내줬다. 증시 한 관계자는 "대주주라고 지분을 팔 자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10%가 넘는 물량을 시장에 한꺼번에 내놓은 것은 소액주주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처사"라고 아쉬워했다.  한편 새로 최대주주로 등극한 김상우 사장은 41년째 흥구석유에 재직 중이다. 1988년 흥구석유 대표를 맡으며 2세 경영을 시작한 서 부회장보다 근속 연수는 배 이상이다. 김 사장은 지난 2010년 3월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회사 관계자는 "최대주주측 가족이 지분을 팔아 최대주주가 바뀌었지만 새 최대주주가 오랫동안 경영에 참여하고 있어 경영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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