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이민재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엠슨 회장 여성다움이 진짜 무기...CEO는 마라토너다40대 남편의 실직으로 사업 시작…'가장의 절박함'으로 10년 경력 단절 극복 멘토링으로 여성 사회진출 도울 것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여성들이 남성들과 경쟁하기 위해 그들과 똑같이 행동하려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그것 역시 나름의 생존 전략이겠지만 저는 생각이 달라요. 남자와 경쟁하려 하기보다는 외유내강으로, 여성다움을 부각하는 게 장기적인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한 여자'가 대세로 떠오르는 세상에 여성다움을 강점으로 내세우라니,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 기자에게 이민재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엠슨 회장)은 "여성들이 맹목적으로 남성들의 성공방식을 따라할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성공하라는 뜻"이라고 다시 한 번 설명했다. 이 회장은 "예를 들면 술자리서 남자들에게 지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술을 마시면, 처음 몇 번은 이길 수도 있겠지만 길게 보면 술을 분해하는 능력이 남자들보다 뒤처진 여성들이 손해를 보게 된다"며 "주량으로 남자들과 경쟁하기보다는 여성인 점을 십분 활용해 술을 재치있게 거절하거나, 백기사를 신청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술자리가 중요한 여성 직장인들의 입장에서는 귀담아들을 만한 조언이었다. 20일 서울 역삼동의 여경협 건물에서 만난 이 회장은 "여성 CEO로서 남성들이 대부분인 업계에서 영업을 하면서 수도 없이 어려움을 겪었다"며 "그럴 때마다 '원칙'을 생각하며 자기관리를 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생각하는 CEO는 단거리 주자가 아닌 '마라토너'에 가까웠다. 그는 40대 남편의 실직을 계기로 처음 CEO의 길에 발을 들였다. 10년 이상 일터에서 떠나 있었는데 두려움은 없었을까, 하고 물으니 그는 "왜 없었겠느냐"며 웃었다. 이 회장은 "집안의 가장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절박함이 두려움도 잊게 만들었다"며 "오래 일터를 떠나 있던 분들도 '내가 무언가를 꼭 해야겠다'는 절박함만 있으면 다시 사회에 나오기는 의외로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여성들의 경력단절이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이 회장의 말이 더욱 희망적으로 들렸다. 그는 "아이 때문에 가정으로 돌아갔다 해도 항상 창업관련 정보에 접하고, 자신만의 꿈을 갖고 있어야 한다"며 "멘토가 되어 줄 만한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고, 그들로부터 정보를 얻으면 다시 직장을 갖는 것이 훨씬 수월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직장을 다니다 가정으로 돌아간 여성들의 경우 처음부터 가정주부였던 이들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단다. 이 회장 자신도 서울여상 졸업 후 금성방직 판매부 경리로 일하면서 사람을 대하는 법, 영업의 개념을 익혔다고 털어놨다. 엠슨(구 광림무역상사)을 설립할 때는 멘토들의 적극적인 도움도 받았다. 그는 "어떤 사업을 할까 6개월 이상 리서치를 하면서 고민하다가,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외국산 종이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 무릎을 탁 쳤다"며 "지인으로부터 (업체)연결을 받아 처음 무역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국내에서 펄프가 생산이 되지 않아 고급 화지(미술용 종이)가 전량 수입되는 점에 착안해 경쟁자가 비교적 적은 특수용지 무역을 시작했다. 초기 불안정하던 회사는 1990년대 조폐공사에 영국 인버레스크 사(社)의 지폐용 용지를 공급하게 되면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평소 잘 관리했던 인맥이 성공으로 이어진 것이다. 여성기업인으로는 최초로 무역협회 회장단에 들어간 그는 올해 여성경제인협회 회장으로 선출됐다.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역시 '멘토링'이다. 상반기 중 여대생 200명을 대상으로 기업인들과의 멘토 행사를 진행했고, 지난 7월 제 17회 여성기업인의 날에도 여성 CEO 500명을 모아 멘토링 선포식을 가졌다. 앞으로도 멘토링 사업을 계속 진행해 여성들의 사회 참여를 촉진하겠다는 포부다. 여성대통령 시대를 맞아 여성들의 기업환경이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정부가 보육센터 개설에 좀 더 힘써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창업자를 위한 보육시설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전국 14개 여경협 지회에서 창업보육센터를 운영 중인데, 그 안에 창업중인 여성CEO들의 아이를 봐줄 보육시설이 전무하다"며 "여성 CEO가 드물었던 옛날에는 보육센터를 내주는 것만으로도 혜택이 많다고 했지만 이제는 창업자를 위한 보육시설까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민재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엠슨 회장은…▲1944년 충남 청양 출생 ▲1963년 서울 여자 상업고등학교 졸업 ▲1997년 연세대학원 경제학과 최고 경영자 과정 수료 ▲1987년 광림무역상사(現 엠슨) 창업 ▲1998년 서울특별시 여성정책위원 ▲2009년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2013년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회장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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