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성기자
신갈 야학교 학생인 할머니들이 경기 안성시 미양면에 소재한 '대안미술공간 소나무'에서 미술수업을 받고 있다.
이윽고 최예문 관장의 인솔로 미술 수업이 시작되자 눈빛이 금새 초롱초롱 빛났다. 첫수업은 작가와의 만남, '자연 그리기 수업'. 전원길 화백이 자원봉사로 나섰다. 전 화백은 소녀들의 눈높에 맞춰 '미술의 즐거움', 자연을 그리는 방법,주변에 널려 있는 나뭇가지나 풀 등을 도로잉하는 작업과 색칠 요령을 일러줬다. 할머니들은 뽕잎, 나팔꽃 등을 가져다 종이 위에 밑그림으로 그리고 색칠했다. 어린 학생마냥 미술 작업에 푹 빠진 표정이다. 일찍 작업을 마친 송호순 할머니(72)는 "난생 처음 그림을 그려 본다"며 "그림을 그리고 나니 신기하게 마음이 차분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미술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자원 봉사를 나온 안성시 문예교사 다섯명도 할머니들 틈에 섞여 그림 그리기를 도왔다.안성시 문예교사는 시청에서 문예예술강좌 45시간을 수료하고 시험을 통과한 사람로 지역내 문예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손오복 교사(47)는 3급 교사 자격을 획득하고 첫 자원봉사를 실시한다며 즐거워 했다. 손 교사는 "할머니들이 너무 열심히 한다. 나도 할머니들과 함께 미술교육을 받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각자 드로잉과 색칠하기를 마치고, 그림을 액자에 넣어 미술관 갤러리 한 벽면에 나란히 전시를 했다. 그러자 할머니들은 화가라도 된 양 으쓱한 표정이다. 이윽고 그림 품평회와 더불어 시낭송회가 펼쳐 졌다. 최 관장이 조순흥 할머니에게 윤석중의 동시를 건네자 돋보기를 찾느라 가방을 뒤질 땐 할머니들 모두 자지러진다. 할머니들의 시낭송은 일품이었다. 아주 천천히 또박또박 운율에 맞춰 시를 낭송할 때는 연륜이 물씬하다. 최관장이 "미술을 그려보니 어땠어요 ?" 묻자 유순자 할머니는 "오늘 참 내 칠십평생에 가장 행복한 날이우~"라고 진솔하게 답해 좌중을 웃겼다.신갈야학교 할머니들의 미술수업 자원봉사에 나선 공간소나무 최예문대표(왼쪽 네번째)와 전원길 화백(왼쪽 세번째) 그리고 안성시 문예교사들.
이번 '낮달문화소풍'도 바우처 활동이다. 김정연 경기문화재단 대리는 "문화 카드를 발급받지 못 하는 분들을 위해 기획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어려움이 많다"며 "행복한 미술 파티는 올 연말까지 20여회에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예술인과 예술공간, 예술체험 등을 통해 상호 교류가 늘어날 경우 문화시민사회, 지역문화예술, 문화복지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규성 기자 peac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