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30m 꼴에 하나' 대기업 SPA·화장품숍 도시 획일화 논란

▲24일 강남역에는 SPA브랜드가 즐비한 가운데 또 다른 SPA 브랜드 'H:Connect'가 입점을 하기 위해 공사 중에 있다.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2~3년 전만해도 가로수길엔 아기자기한 커피숍, 차별화된 쇼룸들이 많았죠. 가게만의 특색이 있어 데이트 코스로도 좋아 사람들이 정말 오고 싶어 하는 명소였는데 지금은 SPA매장·브랜드 화장품 로드숍 등 유명 브랜드들이 자리를 차지해버려 그런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죠." 가로수길 뿐 아니라 서울 시내 명소로 불리는 강남역, 명동, 인사동, 홍대입구 등이 SPA매장·브랜드 화장품 로드숍에 밀려 제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자금력을 앞세운 SPA매장·브랜드 화장품 로드숍이 기존의 특색 있는 매장을 몰아내면서 서울 주요 명소가 획일적인 장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가로수길ㆍ강남역ㆍ명동 점령한 SPA매장ㆍ브랜드 화장품 로드숍 '아기자기한 카페와 디자이너들의 특색 있는 쇼룸'의 대명사였던 가로수길은 SPA매장과 화장품 브랜드숍이 점령했다. 가로수길 메인 로드에 들어선 SPA 매장은 'ZARA(자라)', 'H&M(에이치앤엠)', '8SECONDS(에잇세컨즈)', 'Forever21(포에버21)'등 21개. 가로수길이 600m 임을 감안하면 30m에 1개 꼴로 SPA매장이 들어서있는 셈이다. 가로수길에서 6년째 옷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이나(36)씨는 "SPA브랜드가 입점해있는 저 곳이 원래는 커피숍이 있던 자리였다"며 "SPA 브랜드 매장들은 세일도 너무 자주해서 다른 매장들이 장사하는데 지장이 있다"고 언급했다.강남역도 상황은 마찬가지. 이미 'UNIQLO(유니클로)', '8SECONDS(에잇세컨즈)' 등 SPA 브랜드가 강남대로를 점령하다시피 줄 지어 서 있었다. 페인트와 신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강남역의 한 공사현장도 SPA브랜드 'H connect(에이치 커넥트)'가 들어 설 예정이다.이미 오래전부터 대형 SPA매장과 화장품 로드숍이 즐비한 명동의 매장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24일 명동의 한 SPA 매장. 한국인을 비롯해 매장을 방문한 외국인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자라에 있던 고객은 에이치엔앰으로, 에이치엔앰에 있던 고객은 MANGO(망고)로 계속 이동하며 옷을 고르고, 입어본 뒤 구입했다. 마치 명동 거리를 점령한 SPA브랜드의 축소판처럼 보였다.찾는 사람이 많다보니 명동에서는 한 브랜드가 여러 매장을 운영하기도 한다. 유니클로와 자라는 명동에만 각각 3개 점포를 운영 중이고 에이치엔앰과 ALAND(에이랜드), Spicy Color(스파이시칼라)는 각각 2개의 점포를 영업하고 있다. 이랜드 계열 'MIXXO(미쏘)' 역시 4월 눈스퀘어에 입점하게 되면 2개 점포를 갖게 된다.화장품 로드숍의 경쟁적 입점도 상황은 비슷하다. 명동예술극장에서 명동역까지 약 100m되는 거리에는 20개가 넘는 화장품 가게가 들어서 있다.◆홍대, 인사동도 SPA매장·브랜드 화장품 로드숍 일색자유로운 영혼들을 위한 홍대 앞에도 대규모 SPA 브랜드들이 자리를 잡았다. 홍대입구역에서부터 홍익대 부근까지만 7개의 SPA브랜드가 입점해있다. 2009년 유니클로 매장을 비롯해 이달 초 지상 4층 규모의 에이치엔앰까지 들어섰다.스타벅스가 있던 자리에 생긴 의류 브랜드 'Codes Combine(코데즈 컴바인)' 매장 관계자는 "홍대 놀이터가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일본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언급했다.한국의 전통이 살아 있는 인사동에서도 화장품 브랜드 숍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미샤, 더 페이스 샵 등 명동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브랜드들이다. 다만 인사동이라는 특수성에 맞춰 한글로 된 간판에 눈에 띄었다. 부동산 관계자는 "인사동에는 2~3년 전 쯤부터 경쟁적으로 화장품 브랜드 매장이 들어서기 시작했다"며 "건물주가 임대료를 높이는 상황에서 자본력을 가진 기업들이 매출이 높은 매장에 진출하려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시내 각 명소의 특색을 살려 부문별한 SPA매장·브랜드 화장품 로드숍의 진출을 막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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