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결산]숫자로 돌아본 올 한해 출판계 이슈는?

독서의 해, 출판은 울었지만 '마흔·세계문학전집·전자책' 살풋 웃었다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2012년이 저물어 가는 가운데, 올해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독서의 해'라는 사실을 아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 정부에서는 '책 읽는 소리, 대한민국을 흔들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하루 20분씩, 일 년에 12권 읽기'캠페인을 벌였지만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실패했다.  출판계는 경영난에 시달리던 주요 서점과 도매상이 줄줄이 문을 닫으며 우울한 한 해를 보내야 했다. 연말에는 온라인서점인 대교리브로의 사업철수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출판계 전반으로 위기감이 확산됐다.  다사다난했던 2012년을 마무리하며 출판전문지 '기획회의'가 선정한 '2012년 출판계 키워드 50'중에서 올 한 해 출판계에서 눈에 띄는 현상들을 숫자로 풀어봤다.  ◇100만부 이상 팔린 밀리언셀러 탄생='힐링 에세이 열풍'이 이어지면서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100만부를 돌파한 밀리언셀러로 기록됐다. 그런데 밀리언셀러의 이면을 살펴보면 팔리는 책만 팔리는 '빈익빈 부익부' 가 심화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교보문고의 '2012년 연간 도서판매 동향 및 베스트셀러 분석' 자료에 따르면 에세이 분야의 전체 판매권수는 17%가량 늘었지만 종수는 매해 줄어들고 있어 최상위권 책의 판매집중 현상이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영은 출판인회의 회장은 "초대형 베스트셀러 편중현상은 이미 심각한 수준"이라며 "다른 책들의 구매로 연결되지 않아 출판시장에 파급효과가 미미한 책들이 장기간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현상은 출판계 차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출판계 '397세대' 주목, '마흔'겨냥한 도서도 봇물= 올해 출판시장에서 막강한 구매력을 보여준 세대는 바로 397세대였다. 현재 30대이면서 1990년대 대학을 다니고 1970년대에 출생한 397세대가 새로운 문화소비세대로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올 한해 영화 '건축학 개론'과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의 인기를 주도하며 음악, 영화, 드라마뿐 아니라 도서시장에서도 소비를 주도했다. 교보문고의 종합 베스트셀러 100위권 도서구매 고객의 연령대별 점유율을 살펴보면 2010년 28.6%까지 내려갔던 30대 비중이 올해 31.2%로 상승했다. 한편 397세대는 대학시절에는 탈정치화를 경험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할 때쯤에 IMF직격탄을 맞은 불안정한 세대이기도 하다. 대학을 졸업할 시점에 1997년 IMF 사태를 겪으며 청년실업 1세대라는 불운을 맛본 이들은 30대에 들어서선 집값 폭등과 부동산 거품 붕괴를 경험하는 등 줄곧 '불안'을 짊어지고 살아왔다. 397세대에서 '마흔'으로 넘어가는 이들을 겨냥한 책들도 쏟아져 나왔다. '마흔에 읽는 손자병법',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마흔'은 출판계에 중요한 화두가 됐다. '마흔 이후, 이제야 알게 된 것들', '아플 수도 없는 마흔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마흔은 없다', '마흔의 서재' 등 마흔을 대상으로 한 책들은 내집 마련과 자녀교육문제 등 아직도 묵직한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 이들의 불안을 위로하고, 후반기 인생설계를 돕는 내용으로 인기를 끌었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00권 돌파=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이 300권을 돌파하며 세계문학전집이 다시금 주목받았다. 민음사는 지난 10월 '이상 소설 전집'을 출간하면서 세계문학전집 300권 시대를 열었다. 민음사는 지난 1998년부터 시작해 약 15년 동안 꾸준히 세계문학전집을 출간하면서 누적 판매량 1000만부를 넘겨 전집시장의 '전통의 강자'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민음사 외에도 창작과 비평사, 문학동네, 을유문화사, 열린책 등도 세계문학전집을 출간하고 있다.출판사에서 다시금 세계문학전집에 주목하는 이유는 '불황'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불황일수록 소비자들은 철저히 검증된 제품만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불황의 여파로 문화 소비를 줄인 독자들의 관심이 검증된 세계문학전집에 쏠린 한 해였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열풍= 출판계는 2012년을 '전자책 시장'의 가능성을 확인한 해로 평가했다. 특히 올해 전자책 시장에서 최대 화제작이었던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열풍은 전자책 판매량을 견인하는 데 한몫했다. 인터넷서점 예스24의 '2012 전자책 판매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베스트셀러 10위권 내에 '그레이' 시리즈가 5권 포함됐다. 미국에서 2000만부가 넘게 판매된 '그레이'시리즈는 '엄마들의 포르노'라고 불리며 '19금 소설'열풍을 일으켰다. 이 책은 미국 아마존에서 최초로 전자책이 100만부 이상 팔려나간 도서로 기록됐으며, 이후로도 전자책 판매가 급증해 전자책 판매 비율이 종이책보다 14% 가량 높았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로도 그대로 이어졌다. 예스 24는 "지난 8월 마지막 주말 '그레이' 시리즈의 전자책 판매량이 종이책을 넘어서는 등 눈에 띄는 판매량을 보였다"고 밝혔다.  ◇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낙하산 인사 논란과 1인 시위= 지난 7월, 출판인들의 오랜 염원이었던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출범과 함께 초대 원장으로 이재호(58) 동아일보 출판국장이 임명되면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졌다. 이를 기점으로 출판계와 정부의 갈등은 극에 달했고, 출판계는 지난 7월 26일부터 이재호 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임명 철회와 출판문화살리기를 위한 출판인 릴레이 1인 시위를 계속해왔다.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한국출판인회의는 정부의 출판문화산업진흥원장 인사에 반발해 출판문화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1인 시위를 주도하는 한편, 지난 9월 11일에는 '소리 질러, 책을 불러!'북 콘서트를 개최해 수천명이 모인 항의집회를 열기도 했다.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1999년부터 출판 산업의 위기를 근본적으로 타개할 출발점으로써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설립을 정부에 제안해왔는데 진흥원 초대 원장을 출판 산업에 대한 식견과 비전이 없는 인사를 임명해 출판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계속 싸워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미 기자 ysm1250@<ⓒ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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