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가사 앞 약수터에는 물바가지가 형제들처럼 걸려 있었습니다. '증 뉴타자학원'이라고 씌어진 글씨가 어쩐지 우스꽝스럽습니다. 물바가지를 '증'한 것일까요, 아니면 약수터를 지어서 '증'한 것일까요. 사실 '타자학원'은 문명이 지나온 자국이기도 합니다. '타자'가 특별히 배워야 할 만큼 특별한 기술이던 시절을 우리는 통과해왔습니다. 지금은 글자를 쓰는 것보다 자판을 치는 일이 더 익숙해져버렸으니 저 '타자학원'도 학생들이 사라졌을 겁니다. 그래도 공덕은 저기 그대로 남았습니다. 아직도, 헥헥거리며 산을 올라온 사람들의 갈증을 해결해주는 데는 부족함이 없을테니... 아, 부족함이 있군요. 옆에 있는 약수 수질검사표를 보니 '부적합'으로 되어 있습니다. 네 개의 바가지들만 민망한 표정으로 걸려있네요. 흘러간 옛날학원과 물맛 가버린 약수터. 묘하게 서로 어울립니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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