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詩] 유몽인(柳夢寅,1559-1623)의 '글쓰는 집(書室)'

장욱과 장지 다시 오지 않으니용과 뱀 꿈틀대는 글씨라도 누가 놀라리오만한가로이 넓은 허공에 휘갈겨 써볼까종이 한장같은 푸른 하늘 글자글자 빛나리張旭張芝不復生 龍蛇起陸也誰驚 閒將如意書空遍 一紙靑天字字明유몽인(柳夢寅,1559-1623)의 '글쓰는 집(書室)'■ 스토리텔링에 능했던 유몽인은 수필집 '어우야담'으로 알려져 있지만, 초서를 잘 썼던 명필이었다. 이괄의 난 때 동태가 수상하다는 혐의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비운의 인물이기도 하다. 장욱은 당나라 명필로 광초(狂草)의 달인이라 불렸고 머리카락에 먹을 먹여 글씨를 썼다. 장지는 연못에 붓을 적셔 글씨를 쓰니 못물이 먹물이 됐다는 초성(草聖)이다. 용사비등, 이무기가 변한 용이 꿈틀거려 하늘에 오르듯 쓰는 미친 초서를 아무리 써봐도 누가 감탄하리오 마는, 큰 붓 하나 들어 허공에다가 글씨를 쓰고 싶다는 저 호연지기는 소용돌이치는 그 가슴 속을 엿보게 한다. 푸른 하늘 한장에 내 뱃속 시를 써넣노라(靑天一丈紙 寫我腹中詩)던 이백의 기개가 유몽인의 붓끝으로 터져오른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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