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웬 텐트?'…'난방비 폭탄'이 두려운 사람들

한파 몰아치자 가스비 줄이기 천태만상 외풍 막는 텐트에 '뽁뽁이' 커튼까지

▲ 침대 매트리스 위에 설치한 난방텐트. 지퍼로 된 문을 닫으면 바깥 찬기운을 막을 수 있다.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한낮에도 찬바람이 매섭게 몰아쳤던 지난 주,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사는 주부 김보라(35)씨는 거실 한복판에 커다란 노란색 텐트를 쳤다. 회사에서 돌아온 남편이 "야영장도 아니고 집 안이 이게 무슨 꼴이냐"고 투덜댔지만 김씨는 "쪼들리는 살림에 올 겨울 난방비라도 아껴보려면 어쩔 수 없다"며 볼멘소리를 냈다. 지은 지 20년이 다 돼 가는 김씨네 아파트는 외풍이 심해 작년 겨울에는 난방비가 한 달에 30만원을 훌쩍 넘기기 일쑤였다. 김씨는 "아이들한테도 집에서는 당연히 내복에 양말, 털조끼까지 껴입고 난방은 무조건 최소한으로 틀어야 한다고 교육하고 있다"고 말했다.올 겨울 '실내용 방한텐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외풍차단텐트', '방풍텐트', '하우스텐트', '실내텐트'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 상품은 따뜻한 공기를 잡고 외풍은 막아 열 손실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고 입소문이 났다.주부들이 많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오픈마켓 상품평 등을 통해 유명세를 탄 한 브랜드의 경우 찾는 이가 많고 주문량이 폭주하면서 급기야 지난 주 초반부터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이 제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 산들로의 윤영균 사장은 "온천문화가 발달한 일본 쪽으로 수출하던 돔 형태의 가림막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2006년 실내용으로 개발했는데 반응이 괜찮았다"며 "올해는 11월에만 4만개를 팔았고 아직 밀려 있는 주문량도 수천개에 이르지만 12월 첫째주에는 정상적으로 판매가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다.일반 실외용 텐트와는 조금 다른 폴리 소재의 원단으로 만들어진 난방텐트는 방바닥이나 카펫, 침대 매트리스 위에 그대로 올려놓고 사용할 수 있다. 간단히 조립해 설치한 후 약하게 난방을 틀거나 전기매트를 깔아 내부 온도가 살짝 높아지게 하면 된다. 텐트 속 공기가 데워져도 밖으로 잘 빠져나가지 않아 온기가 꽤 오랜 시간 유지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윤 사장은 "전기장판을 사용하던 가정이라면 난방텐트 안에서는 장판 온도를 평소보다 절반으로 낮춰도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 회사의 난방텐트가 인기를 끌자 시중에는 같은 원리를 이용한 다른 업체들의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오픈마켓인 11번가의 경우 11월 난방텐트 관련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0%나 치솟았고, 이를 유통하는 판매자 수도 한 달 전에 비해 20% 정도 늘었다.

▲ 일명 '뽁뽁이'로 불리는 에어캡. 가로 100cm, 세로 15m의 분량을 온라인몰에서는 1만5000원 선에 구입할 수 있다.

텐트 뿐이 아니다. 일명 '뽁뽁이'로 불리는 포장용 에어캡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 겨울 각 가정의 새는 난방비를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서울 신천동에 사는 주부 고영은(39)씨의 경우 이 에어캡을 천정 높이로 길게 잘라 베란다 문 위에 커튼처럼 드리웠다. 보기에는 모양이 좀 우습지만 진짜 커튼까지 이중으로 달았더니 유리문 틈으로 들어오던 찬바람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고씨는 "작년에는 창문 크기에 맞춰 에어캡을 잘라 붙였는데, 올해는 문틀까지 다 덮이도록 넓게 이어 붙였다"며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에 찍힌 난방비를 보고 깜짝 놀랐던 경험을 또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다"고 고개를 가로 저었다.11번가 관계자는 "연일 강한 바람이 부는 날씨가 계속되면서 난방비를 절감시켜 주는 실내용 방풍용품들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며 "불경기 속에 올 겨울 한파가 유난히 극심할 것이라는 예보까지 나오면서 온열매트, 전기방석, 온수매트 등 절전형 난방용품 매출이 한 달 사이 60% 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조인경 기자 ikjo@<ⓒ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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