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짓자”, 양양군 “안 된다”‥ 제동 걸린 장애인시설 사업

당사자 간 불협화음, 주민반대 속 법적분쟁까지

▲ 서울시가 장애인복지시설 '하조대 희망들' 건립을 추진한 강원도 양양군 하조대 해수욕장.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서울시와 양양군이 하조대 해수욕장 인근 장애인시설(일명 하조대 희망들) 건립을 두고 충돌하고 있다. 당초 서울시가 장애인 복지 증진을 위해 추진한 사업이 현재는 당사자 간 법적분쟁으로 비화된 상황이다. 여기에 올해 회계연도가 끝나는 내년 2월까지 착공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서울시는 지원 받은 국비 22억원도 반납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서울시가 ‘장애인 행복도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건립계획을 세운 건 지난 2009년 6월이다. 장애인들도 바다를 조망하고 해변을 산책할 권리가 있다는 취지에서였다. 이에 서울시는 석달 뒤 양양군 현북면 하광정리 596-1번지 6879㎡의 해수욕장 부지를 매입했다. 시설은 지상 2층, 지하 1층 규모의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들을 위한 숙박·여가공간으로, 이를 위해 마련한 예산만 57억여원(국비 22억원, 시비 35억원)이었다. 지난 2010년 8월에는 해당 지자체인 양양군과 건축협의도 마쳤다. 순조로울 것만 같던 두 기관의 마찰은 시설용도 시비와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일면서 시작됐다. 현재 건립 예정지는 자연공원법 18조 상 여관 등 숙박시설의 건립만이 가능하다. 서울시는 매입한 부지에 장애인 숙박시설을 짓는다는 명목으로 건축협의신청서를 양양군에 제출했고 검토 결과 건축협의가 이뤄졌다. 함께 제출한 공원사업시행허가신청서에도 사업명칭은 숙박시설 신축으로 명시됐다. 문제는 건축협의 이후 2010년 8월 31일 서울시의 양양군 주민설명회에서 촉발했다. 단순 숙박시설이 아닌 노유자시설(사회복지시설)로 활용한다는 서울시 계획이 공론화 되면서 오해가 발생했다. 이에 양양군은 시설용도 상 관련 규정에 저촉된다며 지난해 8월 건축협의 취소를 서울시에 통보했다. 양양군이 서울시에 보낸 공문에는 ‘건축물 용도 적합 여부 검토 결과 숙박시설이 아닌 노유자시설로 판단돼 하조대 부지 내 행위가 불가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역주민들은 장애인 시설 건립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대체부지로의 이전을 주장하는 실정이다. 급기야 서울시는 같은 해 10월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에 건축협의 취소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이 판결에서 재판부는 모두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는 양양군의 상고로 대법원 최종판결이 남은 상황이다. 서울시는 건축협의 때와 달리 양양군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지원받은 국비를 고스란히 반납해야 한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 관계자는 “사업 추진을 위한 부지 매입과 설계가 차질 없이 진행돼 공사에만 들어가면 되는 상황”이라며 “새 부지를 선정하고 설계도 다시 하려면 앞으로 몇 년은 더 시간이 필요해 받아들이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국비 반납 전 함께 사업을 진행시켜 보자는 의지를 (양양군 측에) 밝혔지만 그 뒤로 묵묵부답”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양양군 측은 시간적 여유를 두고 새 부지로의 이전을 고려해 달라며 맞서고 있다. 서울시가 부지 이전을 고려한다면 대체부지 확보와 주민협의 등을 함께 논의해 나가겠다는 구상이다. 양양군청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서울시는 다른 부지로의 이전 계획 없이 현재 부지에서 공사를 강행한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며 “서울시와 건축협의가 됐던 건 건축협의신청서에 숙박시설로 건립하겠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서울시가 제출한 신청서의 시설용도가 애초와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1, 2심 법원판결에 대해선 “장애인들이 잠자고 머무르는 곳이면 숙박시설로 볼 수 있다는 관점에서 광범위한 해석을 내린 것”이라며 “국비 반납과는 별도개 서울시가 시간적 여유를 갖고 대안을 모색해 줬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서울시와 양양군의 최근 접촉이 이뤄진 건 지난 25일이 마지막이었다. 서울시는 지역주민 인센티브 지급과 대체부지 선정이라는 두 가지 안을 두고 시장과 군수 간 직접 면담을 요청했다. 그 이후 현재까지는 협의 진척이 없는 상태다.나석윤 기자 seokyun1986@<ⓒ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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