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한 대학 교수가 국내 대기업 121곳에 무더기로 가짜 입사지원서를 냈다가 덜미를 잡혔다. 이 교수는 대기업의 채용조건을 연구할 목적으로 이 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23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서울 모 대학 경제학과 교수 김모(43)씨를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해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 교수는 지난 9월께 1900여개의 가짜 입사 지원서를 만들어 국내 기업 121곳에 제출했다. 김 교수는 조교와 학생 등 9명으로 연구팀을 꾸린 뒤 학력·성별·어학성적 등을 조작해 만든 남녀 샘플 8개씩을 현대자동차 계열사 5곳 등 대기업과 대형 은행 등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20대 남녀의 사진을 변조하고 임의로 주민등록번호를 만드는 등 가공의 인물을 만들어 지원서 작성에 사용했다. 김 교수 등은 인터넷 입사지원 시스템이 주민번호와 실명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지 않는 점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대차그룹 인사팀의 수사의뢰로 수사에 착수했다. 현대차 측은 지난달 마감한 그룹공채 모집 전형에 얼굴이 비슷한 지원자가 각각 다른 이름과 주소, 주민번호로 계열사 당 많게는 8번씩 모두 80여장의 원서를 중복 제출해 지원자의 신원을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교수는 “국내 대기업들이 서류에 기재된 지원자의 조건에 따라 어떤 차별을 두는지 채용시스템을 연구하려 했다"고 경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업무방해 혐의 구성에 대한 법률 검토와 함께 지원서 작성에 이용된 인터넷 아이피 추적 등 증거 확보에 착수했다. 김 교수를 제외한 나머지 연구팀 참여자의 경우 처벌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준영 기자 foxfury@<ⓒ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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