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詩] 최치원의 '가야산 독서당에 부침'

겹겹 바위 미친 듯 내뿜고 첩첩 산이 부르짖으니/사람의 말은 코앞에서도 못 알아듣겠네/옳다 그르다 소리, 귀에 들어오는 것을 늘 두려워했더니/흐르는 물이 방법을 알려주는구나 산을 온통 둘러싸고狂噴疊石吼重巒 人語難分咫尺間常恐是非聲到耳 故敎流水盡籠山최치원의 '가야산 독서당에 부침'■ 가야산에 작심하고 책을 읽으러 들어와 방에 앉았다. 마침 비가 자주 오는 시절이라 물소리가 우렁차기 이를 데 없다. 아무 말 하지 않고 앉아있어도 귓소리가 먹먹하다. 누가 와서 말을 건네는데 손나팔을 하고 들어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이다. 최치원은 문득, 내가 평생 사람들 싸우는 소리 듣기 싫어했더니, 저 산과 바위와 물이 내게 노하우를 가르쳐주는구나 하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되느냐. 귀앞에도 저 물소리를 달아놓으면 부질없는 시비 따윈 귀에 도착할 틈이 없지 않는가. 세상 돌아가는 것에 진절머리가 난 그의 심경을 느끼게 하지만, 한편 생각하면 시비소리를 물소리처럼 들어낼 수 있는 내면의 평정심을 기르는 공부로는 그 독서당이 최고교실 아니겠는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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