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추리 '살짝 미치면 행복해지죠'

뮤지컬 '루나틱' 굿닥터 맡은 김추리1인극 '품바' 故 김시라의 딸노래와 춤으로 환자들을 치유뮤지컬 팬들이라면 한번쯤 '루나틱'의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닐 사이먼의 희극 '굿닥터'를 원작으로 한 창작뮤지컬 '루나틱'은 개그맨 백재현이 연출을 맡아 무대에 올려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2004년 초연 이후 많은 팬들을 확보해 현재까지 총 80만명이 넘는 관람인원을 기록했을 정도다. 내년이면 10주년을 맡는 '스테디셀러'이자 '베스트셀러'인 셈이다.  정신병동에 찾아오는 기상천외한 환자들의 사연에서 이야기의 중심을 잡아주는 건 의사 '굿닥터'다. 그동안 쟁쟁한 여배우들이 거쳐갔던 '굿닥터'는 현재 배우 김추리(22)가 맡아 절찬리 상영 중이다. 역대 가장 어린 여의사인 김추리가 루나틱에 합류한 지도 햇수로 3년째다. 아직 노래도, 연기도, 작사에도 관심이 많은 배우 김추리를 만났다. "정신과의사 굿닥터는 정신병원에서도 진정제 등 약을 쓰지 않고 음악과 춤으로 치료를 하는 게 특징이다. '루나틱'은 결국 '우리 모두가 살짝 미치면 행복해진다'는 메시지를 전하는데 이 과정에서 굿닥터는 사람들에게 '힐링' 역할을 해주는 역이다." 루나틱이 장기간 공연할 수 있는 원동력에 대해 김추리는 '변화'라고 꼽았다. 김추리는 "루나틱의 무대 세트에 관객도, 배우도 익숙해질 때가 되면 백재현 연출자가 세트에 변화를 준다. 세트가 바뀌면 동선 등도 다 바뀌기 때문에 항상 연습을 할 수밖에 없다. 연출자가 워낙 솔직한 성격이라 관객들 호응이 없으면 중간에 공연을 끊고 돌발행동을 하기도 한다. 그때 반응이 최고다."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한 건 고등학교 때부터다. 노래도 좋아하고, 연기도 좋아하는 그녀에게 '뮤지컬'은 최상의 선택이었다. 무대공포증이 없는 유전적 체질과 집안내력도 무시할 수 없다. 김추리의 아버지는 품바공연의 창시자인 고(故) 김시라(김천둥)이고, 어머니는 박정재 상상아트홀 대표다. 김추리는 아버지를 뒤를 이어 지난해 '품바'로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초연 30주년을 맞아 품바를 현대적으로 각색해 무대에 올린 지난 공연에서 김추리는 기생, 아줌마, 남자 아이 등 1인 다역인 여자 멀티 역을 맡아 화제가 됐다. "어렸을 때 집 앞에 대학로 소극장이 있어 매일같이 공연장에 놀러갔다. 아버지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는데, 그 전까지는 품바 공연하시던 모습을 계속 봐왔다. 이거를 다시 직접 연기를 하게 되니 배우들 간 호흡을 맞추는 것부터, 춤을 추고 타령을 하는 것까지 힘든 부분이 많더라." 일제 강점기부터 한국전쟁까지 일로읍 천사촌의 거지 대장 천장근의 밑바닥 삶을 다룬 '품바'는 고 김시라 연출가에 의해 1인 연극으로 탄생했다. 공연계의 전설이 된 김시라에 대해 딸은 "집에서는 한없이 자상하고, 특히 엄마한테 지극정성을 보이셨던 아빠"로 회상한다. "아버지가 여러가지에 관심이 많으셨는데 그 중 하나가 '판소리'다. 어린 시절, 판소리 선생님이 집에 오면 아빠, 엄마, 오빠, 남동생까지 온 집안 식구가 다 같이 판소리를 배웠던 게 기억난다." 김추리의 이름도 아버지가 지어줬다. 가을 추(秋)에 마을 리(里)의 한자를 썼지만, 영어로 'tree'도 된다. 황금나무가 되라는 뜻이란다. 그래서 김추리의 인생의 롤모델도 당연히 '아버지'다. "아버지처럼 정직하고, 진정성있게 살고 싶다. 특히 사람들을 대할 때는 가지고 있는 것을 다 퍼주실 정도로 상대방을 아낀다. 그런 모습이 존경스럽다." 조민서 기자 summer@<ⓒ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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