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F, 라틴아메리카 그림에서 배우 하정우 작품까지

한국화랑협회 주최 국내최대 아트페어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13~17일 열려

12일 저녁 개막식이 열린 KIAF행사장을 찾은 사람들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국내 최대, 아시아에서는 홍콩 다음으로 가는 아트페어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열렸다. 주빈국 라틴아메리카 8개국 갤러리들과 함께 국내 내로라하는 거장들의 작품들도 출품됐다. 아트페어는 미술시장이란 말 그대로 여러 갤러리들이 각자의 부스를 차려놓고 작품을 파는 장이다. 관람객이나 컬렉터 입장에서는 한 번에 다양한 갤러리의 많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번 KIAF에서는 풍만하다 못해 뚱뚱한 여성만을 고집해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작가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부터 추상표현주의 거장인 작고작가 샘 프란시스(Sam Francis) 외에도 국내 작가 이우환, 김창열, 김왈종, 정연두 등 다양한 작품들을 접할 수 있다. 여기에 영화배우 하정우씨의 작품도 출품돼 눈길을 끌고 있다.지난 12일 아트페어가 열리고 있는 서울 삼성동 코엑스 A,B홀을 찾았다. 국내외 1200여명 작가들의 5000여점 작품들이 국내외 20개국 181곳 갤러리 부스마다 걸리며 거대 장터를 이루고 있었다.

KIAF에 출품된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 콜롬비아)의 작품 'mujer entrando a su casa'(집으로 들어가는 빨간옷의 여인).

지난해 호주에 이어 주빈국을 맡게 된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특별전은 A홀 왼편에 모여 마련돼 있다. 이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단연 콜롬비아 출신인 페르난도 보테로(남 80)의 '집으로 들어가는 빨간옷의 여인(mujer entrando a su casa(집으로 들어가는 빨간옷의 여인)'이란 작품이다. 현존하는 중남미 대표작가인 그는 엘무세오 갤러리(Galeria El Museo)의 전속작가다. 이곳 부스에서 마련된 뚱뚱한 여인을 그린 두 점의 그림 가격은 10억~11억원대다. 엘무세오 갤러리 관계자는 "보테로는 여성의 몸이나 양감을 연구하면서 1957년 이후 줄곧 이러한 스타일의 그림을 그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라시엘라 사코(Graciela Sacco)의 비디오 작품 '야만인을 기다리며'

콜롬비아 외에도 주빈국으로 참여한 국가는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 도미니카, 우루과이, 베네수엘라 등 총 8개 국가다. 우루과이에서 온 델 파세오(Del Paseo) 갤러리는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 그라시엘라 사코(Graciela Sacco)의 비디오 작품을 선보였다. '야만인을 기다리며'란 작품으로 나무판 가운데 깜박이는 두 눈이 보인다. 가격은 500만원대 수준이다. 이 갤러리 관계자는 "정치적 사회적 의미를 담아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사코는 아르헨티나 뿐 아니라 중남미, 미국, 스페인, 영국 화랑계에서도 유명하다"면서 "특히 그는 베네치아, 하바나, 상파울로, 상하이 비엔날레 등 다수의 국제미술전에 참가해 예술계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작가"라고 소개했다.

샘 프란시스의 'SFF.690'이란 추상작품. 가격은 20억대 후반 수준이다.

이번 아트페어에서 가장 고가로 추정되는 대형작품은 국내 화랑인 페이지갤러리 부스에 놓여져 있었다. 미국 작가 샘 프란시스의 'SFF.690'이란 추상작품이다. 파란, 초록, 흰색의 패턴을 가진 이 그림의 가격은 200만달러로, 우리돈 30억원 수준이다. 크기만 가로 390.53cm, 세로 530.86cm에 달해 부스 벽면에 걸지 못하고 기대어 놓았다. 이 작품은 프란시스가 1994년 작고하기 전까지 작가가 계속 소장한 것으로, 파리 퐁피두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 전시를 4번 가진바 있다. 또 샘 프란시스 재단에서 프란시스의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e)가 발간된 후 지난해 페이지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 바 있다. 이 갤러리 관계자는 "개인전이후 재단과의 관계가 이어지며 이 작품을 가져올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곳에는 영국 조각가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8억원대 조각품도 함께 전시돼 있다.

영화배우 하정우씨의 그림.

국내 화가로는 이우환의 점 시리즈, 김창열의 물방울 추상, 김왈종의 제주도 풍경화 등 블루칩 작가부터 신진작가들까지 수많은 작품들이 쏟아졌다. 이중에는 최근 몇년 전부터 화가로 활동중인 영화배우 하정우씨의 작품도 있다. 총 3점이 출품됐는데, 이들 작품은 내년 설 시즌 개봉될 영화 '베를린' 촬영을 위해 하 씨가 지난 7월 베를린에서 한달 간 그린 얼굴추상들이다. 그는 지난해 KIAF, 올 홍콩아트페어에 이어 이번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가격은 크기별로 400만~1000만원대다. 평론가 김종근씨는 "하정우는 영화촬영 말고는 온통 그림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참여한 아트페어에서 국내 컬렉터 외에도 외국인들이 그의 그림에 관심을 보이며 팔리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번 아트페어는 국내 작가들이 외국의 갤러리들에게 소개되고, 외국 작품들도 국내에 선보여지면서 각국의 시장 흐름을 이해하고 미술문화를 교류하는 장인 셈이다. 미국 산타페 지역에서 6년간 갤러리를 운영 중인 Park Fine Art 대표는 "미국에는 미술하면 뉴욕만 떠올리지만 적은 인구에도 3명당 1명이 예술가인 예술도시 산타페의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하고 싶다"면서 "또 이곳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을 살펴봤는데 매력적인 것들이 많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카탈로그 레조네란 한 작가의 모든 작품과 제작시기, 재질, 소장경로 등이 수록돼 있는 기록집을 뜻한다.오진희 기자 valer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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