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詩]이용악 특집(6) '낡은 집' 다섯째연

갓주지 이야기와/무서운 전설 가운데서 가난 속에서/나의 동무는 늘 마음 졸이며 자랐다/당나귀 몰고 간 애비 돌아오지 않는 밤/노랑고양이 울어 울어/종시 잠 이루지 못하는 밤이면/어미 분주히 일하는 방앗간 한구석에서/나의 동무는/도토리의 꿈을 키웠다 이용악 특집(6)'낡은 집' 다섯째연 ■ 갓주지는 산에 사는 스님으로, 패악한 사람인듯 하다. 아이들의 오금이 저릴만큼 무서운 전설들을 어른들이 얘기해주는 까닭은, 바쁘고 가난한 일상 속에서 돌볼 틈 없는 아이들을 쉽게 통제하기 위해서였으리라. 아버지 털보는 당나귀를 몰고 산마을에 무곡을 간다며 나갔는데, 곡식들을 전혀 사들이지 못했는지 돌아오지 않는다. 사람 소리에 쫑긋해져 있는 아이의 귀에, 노랑고양이 한 마리가 자꾸 인기척 비슷하게 울어대니 잠을 잘 수가 없다. 하는 수 없이 어머니가 일하고 있는 방앗간으로 쪼르르 달려간다. 어머니는 묵을 만드느라 도토리를 찧고 있다. 먹고살 게 없으니 그거라도 먹어야할 상황이다. 그런데 아이는 튀어나간 도토리를 주우며 생각한다. 나중에 내가 산에 가서 도토리를 많이 주워 어머니에게 가져다 드리면 기뻐하겠지?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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