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시장 상인들이 태풍 '볼라벤' 소식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번 태풍은 이날 제주를 시작으로 전국이 영향권에 들어 시간당 30㎜ 이상의 호우와 함께 매우 강한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아이고 그냥 이것 좀 사서 가. 날도 덥고 빨리 빨리 팔아버리고 말아야지. 태풍 왔다 가면 또 어떻게 될지 몰라."불볕더위가 한 발 물러가는 것 같더니 또 다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 26일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시장의 상인들은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제15호 태풍 '볼라벤'의 북상 소식 때문이다. 태풍 북상 소식에 분주함이 더 해졌다. 우선 사들인 채소와 과일들을 조금이라도 빨리 팔아치우기 위해서다. 가격도 뚝 떨어뜨렸다. 상인들은 하나같이 '밑지는 장사'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고추와 깐 마늘ㆍ양파 등을 소매로 판매하는 상인 김정례(여ㆍ58)씨는 "지금 이 고추들도 지난주에 들어온 거라서 이 가격에 팔 수 있는겨. 요새 계속 고추 값 올라서 내일은 이 가격에 못 팔지. 그러니까 지금 얼른얼른 사 가"라며 재촉했다. 그의 가게에는 강원도산 홍고추가 한 근에 3000원, 청양고추가 한 근에 1500원에 판매 중이었다. 김씨는 "내일이면 판매가격을 500원을 더 올려야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만큼 고추 값이 올랐기 때문이다. 청양고추는 도매가격으로 1㎏ 3420원에 팔리던 것이 일주일 만에 4400원에 거래됐다. 고추를 파는 상인들은 고추 수확 시기인 8월 중순부터 폭염과 폭우로 작황이 좋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대부분 상인들의 얼굴에서 웃음기를 찾기 힘들었다.다른 채소 값도 하나같이 오름세다. 피망은 1개월 전 1㎏ 도매가격 1564원에 거래되던 것이 3560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애호박 역시 1㎏당 5550원으로 한달 전 2760원보다 2.5배 가까이 폭등했다. 쥬키니 호박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944원에서 3020원으로 219%나 값이 급등했다.이처럼 채소 값이 오르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자 가락시장의 상인들은 추석 때도 손님들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태풍으로 추석용 채소와 과일 값이 폭등하면 그만큼 사러 오는 사람들이 줄어들기 때문이다.특히 과일을 파는 상인들은 그 걱정이 더 심했다. 태풍이 지나가면 비는 물론 바람 때문에 과일열매들이 수확 전에 떨어져 버릴 확률이 높다.과일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태풍이 지나가면 틀림없이 모든 과일과 채소의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태풍으로 과일 수확량이 적으면 당연히 적은 물량을 도매로 받을 수밖에 없다"며 "분명 가격대비 과일의 품질이 좋지 않아 손님들의 불만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손님들이 추석 장을 보러 대형마트로 몰려 갈까봐 걱정"이라면서 "태풍이 비켜가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검게 그을린 그의 얼굴엔 이미 패인 주름만큼이나 근심이 깊었다.가락시장의 상인들은 15호 태풍 볼라벤이 앞으로 추석맞이 과일과 채소 가격의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락시장 상인 이상철(남ㆍ53)씨는 "태풍으로 과일이나 채소 값이 오르면 추석에 오는 손님들도 정말 필요한 양만 사갈 것"이라며 "제사상에 올릴 과일을 5개에서 3개로 줄이고, 채소들도 먹을 만큼만 구매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옆에 있던 한 상인들은 "이번 태풍이 고비야 고비"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이현주 기자 ecolhj@<ⓒ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산업부 이현주 기자 ecolhj@ⓒ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