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신(新)냉전 시대 돌입했나

[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한중일 3국이 '얽히고 설킨 신(新)냉전 시대'에 돌입한 모양새다. 최근 각국간 역사ㆍ영토문제로 신경이 예민해진 가운데 군사훈련, 경제, 통상외교마찰도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가장 예민한 부분은 군사적 마찰이다. 한일관계에 있어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을 계기로 내달초 '독도 방어합동훈련'이, 한중관계에서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후 미군이 참여하는 해상기동훈련이 계획되어 있다. 한일관계에 있어 '독도 방어합동훈련'은 1990년대 중반부터 ‘동방훈련’이란 이름으로 방어훈련으로 일본을 가상 적국으로 상정해 단계별로 진행된다.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우리 영해에 접근하는 상황을 시작으로 일본 자위대가 직접 도발하는 단계까지 가정해 해·공군이 합동작전을 통해 이를 저지하는 시나리오다.이 훈련은 해군 1함대 사령관이 주관·통제하며 해군 함정 10여척과 공군 F-15K 전투기, 육군 예하부대, 해경 경비함이 참여할 예정이다. 영토분쟁이 있는 지역에서의 훈련인만큼 일본도 맞대응하겠다는 분위기다. 독도방어합동훈련 이후에도 한일 갈등은 골이 더 깊어질 수도 있다. 한일 정보보호협정의 비공개 처리 파문에 이어 일본 일각의 집단적 자위권 추진움직임, 동해 표기 문제,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각종 갈등 요인이 남아있다. 특히 한일양국은 경제관계도 심상치 않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이후 외교적 마찰이 생기면서 한일 통화스와프,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협상에 대한 양국간 마찰이 예고되고 있다. 정부는 16일 일본 정부의 한일 통화스와프 재검토 가능성 언급에 대해 공식 통보는 없다면서도 발언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아직 만기가 두 달 남은데다 일본 정부로부터 공식적인 입장을 전달받은 내용도 전혀 없다"면서 "소관부처장인 재무상이 아니라 관방장관을 통해 거론된 문제라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의 긴장 상태를 반영한 정치적수사에 그칠 가능성이 있고 실제 통화스와프 계약이 종료돼도 국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한일간 외교관계가 얼어붙은 이후 경제통상분야와 관련해 당국자가 직접 발언한 건 이번이 처음이어서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일 3개국이 추진중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불투명하다. 한중일 정상들은 지난 5월 "올해 안에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개시하자"고 잠정합의했다. 같은 시기 열린 한중일 통상장관회의에서는 3국간 투자보장협정이 타결되기도 했다. FTA의 경우 한국과 중국이 협상을 시작한 이후 일본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면서 한중일FTA 협상을 위한 실무 차원의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일본의 노다 내각은 한국과 중국이 양자 FTA협상을 시작한 이후 적극적인 통상확대 정책을 추진하면서 가세하기 시작했다. 한국과 일본은 7년 이상 중단했던 FTA협상이 다시 시작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셈이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국측 관리들은 "상대국의 요구에도 좀처럼 자국 시장을 개방하려고 하지 않던 일본이 협상에 적극 임하는 등 변화된 모습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적극적이던 일본이 변수가 됐다. 한일FTA협상을 다시 시작하기 위한 양국 실무진협의는 지난 6월 한차례 열렸지만 이후 일정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장 이달 중에 한중일FTA 사전실무협의를 중국에서 열기로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다 총리가 동시 다발적인 영토분쟁을 빌미로 실각할 경우 3국간 통상협상이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정부관계자는 "정무적인 이해관계와 별도로 통상분야 확대는 3국 모두에 유리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도 "최근 사태는 좀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중관계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오는 10월 미국과 한미 해상기동훈련이 계획되어 있다. 지난 6월 실시한 한미해상기동훈련에는 서해 격렬비열도 인근 해상에서 진행됐다. 훈련에는 미국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와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 등 10여척의 함정과 잠수함이 참가했다. 우리 공군 F-15K 전투기와 미국 F-18 슈퍼 호넷 등 함재기도 동원됐다. 중국이 미국 항공모함 참가에 예민하기 반응하는 것은 첨단무기를 갖추고 있는 항공모함의 작전반경이 무려 1000킬로미터나 되기 때문이다.특히 한중은 지난해부터 서해상의 중국 어선 불법 조업, 탈북자 북송, '김영환씨 고문 사건'으로 날 선 대립을 하고 있다. 올해로 수교 20주년이 됐지만 양국이 설정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양낙규 기자 if@<ⓒ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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