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 경기도서 다시 태어난다

【수원=이영규기자】
"나의 실험적 TV는 항상 흥미로운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항상 흥미롭지 못한 것도 아니다. 마치 자연이 아름다운 이유는 아름답게 변하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변하기 때문인 것처럼."'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 선생이 1963년 독일 부퍼탈에서 자신의 첫 전시회를 연 뒤 지은 시다. 그는 1970년대 정보화 사회의 도래를 예견한 통찰력을 가졌고,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통해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새로운 방식으로 융합한 선구자였다. 그는 국가ㆍ인종ㆍ종교ㆍ문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대한 소통의 가능성을 탐구한 사상가이기도 했다. 지난 2006년 74세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삶과 예술을 통해 보여준 열린 사고와 소통, 공유의 정신은 21세기를 주도하는 '힘'으로 평가받고 있다.그가 태어난 지 올해로 80주년이 됐다. 특히 오늘은 그가 태어난 날이다. 백남준은 1932년 7월20일 서울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는 음악에 심취했다. 한국전쟁(6ㆍ25)뒤 일본 동경대학 문학부에 입학하면서 철학과 미학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다. 이후 독일 뮌헨대학으로 건너가 음악과 미술공부를 하면서 당시 전위예술을 주도하던 '플럭서스' 그룹에 합류한다. 플럭서스는 1960~1970년대 독일을 중심으로 일어난 국제 전위예술 운동이다. 이 곳에서 그는 존 케이지, 카를하인츠, 슈토크하우젠 등 당시 전위예술 분야에서 명성을 날리던 예술가들을 만나게 된다. 그의 가슴 한 켠에 불타던 예술혼을 일깨운 것도 이 무렵이다.백남준은 하지만 끓어오르는 자신의 실험정신과 예술혼을 더 큰 세계에서 펼쳐 보이고 싶었다. 1965년 미국으로 건너가 '사이버네틱미술과 음악'의 개인전을 열고, 본격적인 미국 활동에 들어간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는 이후 뉴욕에서 자신의 전문 아티스티가 된 슈아 아베를 만난다. 또 자신의 평생 반려자인 비디오 작가 '시게코 구보다'와 1977년 결혼한다.  
그의 뉴욕 작품 활동은 순탄했다. 1982년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 개최한 '백남준 회고전'은 비디오 아티스트로서의 위상을 재확인시켜 준 계기가 됐다. 2년 뒤에는 세계인의 머릿속에서 '잊지 못할' 백남준 연출의 인공위성 TV쇼 '굿모닝 미스터오웰'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의 이 같은 화려한 예술 활동은 1993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황금사장상'수상과 세계 100대 작가 중 8위(1997년 독일 캐비탈紙)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이후 백남준은 2000년 우리 정부로부터 금관문화훈장을 받으며 국내 예술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세기의 예술가도 '인생유한(人生有限)'의 단순한 진리를 비켜가지는 못했다. 그는 지난 2006년 아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74세를 일기로 뉴욕의 자택에서 타계했다.경기도는 20일 오후 5시 용인시 기흥구 백남준로 10번지 백남준아트센터에서 그의 탄생 80주년을 기념해 기념식을 갖는다. 이날 행사에는 백남준의 미망인 구보다 시게코, 백남준 전문 엔지니어로 평생을 함께 한 슈아 아베 등이 참석한다. 경기도는 이에 앞서 지난 2008년 10월 '백남준 아트센터'를 개관했다. 지하 2층, 지상3층의 아트센터는 예산만 360억 원이 들어갔다.
경기도가 특별한 인연이 없는 백남준을 기리기 위해 아트센터를 지은 데는 비화가 있다. 때는 1999년, 임창열 전 경기도지사가 뉴욕을 방문, 백남준과 조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임 지사는 비디오아티스트로 세계적 명성을 날리고 있는 백남준을 보고 크게 감명 받았다고 한다. 임 지사는 귀국 후 세계적 예술가가 정작 국내에는 그를 기념할만한 기념관 하나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즉시 아트센터 건립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렇게 해서 세상에 나온 백남준 아트센터는 지난 2006년 첫 삽을 뜬 뒤 2008년 4월 준공됐다. 이후 6개월의 개관작업을 마치고 10월 정식 오픈했다. 이 곳에는 백남준과 관련된 소장품 3016점이 전시돼 있다. 특히 백남준이 생전에 작품 활동을 하던 공간을 재현한 '메모라빌리아'는 경기도가 각별히 신경을 썼다. 인간, 기계, 자연을 넘나드는 소통을 통해 불꽃같은 삶을 살다가 백남준. 그의 탄생 80주년을 맞아 우리가 잊고 살아온 것은 없는지 뒤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이영규 기자 fortun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이영규 기자 fortune@<ⓒ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newsva.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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