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일기자
유로존 위기의 확산을 막지 못하면 대공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사진:연합]
금융위기 이후 막대한 유동성을 풀면서 살아나는 듯했던 글로벌 경기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로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포르투갈(Portugal), 이탈리아(Italy), 그리스(Greece), 스페인(Spain) 등 일명 PIGS로 불리는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유로존 전체로 들불처럼 번지면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 경제를 저성장으로 내몰았다. 또 시간이 지나면서 먹구름은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의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며 신흥국 경제를 삼켜버릴 태세다. ‘PIGS’의 악령 “퍼펙트 스톰 몰고 올 것”비관론자들은 세계 경제에 불고 있는 위기의 징후를 볼 때 봉합할 수 있는 단계는 지났으며, 대공황까지 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예견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바 있는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내년 세계 경제에 ‘퍼펙트 스톰’이 몰아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루비니 교수는 내년 유럽 채무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미국경제의 침체 국면 지속과 중국 경제의 경착륙, 인도와 브라질 등 신흥국의 경기 하락, 이란 핵개발로 인한 군사적 긴장이 세계 경제를 뒤흔들 것이라고 내다봤다.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지난달 초 유럽 재정위기가 1929년 대공황 이후 세계 경제에 가장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예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09년 10월 유럽 남부에 있는 작은 나라 그리스에서 시작한 유럽 재정위기가 유로 경제 중심국인 스페인의 금융위기로 번지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경고했다.2011년 기준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3000억달러로 스페인 1조5000억달러의 5분의 1에 불과하다. 유럽 은행의 그리스에 대한 익스포저는 905억달러에 그치고 있지만 스페인은 5129억달러로 그리스의 6배나 된다. PIGS 국가들의 단순한 재정위기라면 세계 각국의 공조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위기가 유로존 중심국가의 성장을 떨어뜨려 은행권의 부실을 초래하고, 이것이 확대되면서 전 세계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실제 그리스 등의 재정위기는 유로존 3위의 경제 대국인 스페인 은행위기로 옮겨갔고, 시간이 지나면서 세계 경기에 영향을 끼쳐 각국의 경기를 급속히 악화시키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우리나라 금융당국의 수장조차 “유럽의 재정위기가 자본주의 역사상 최악의 상황을 만들었던 대공황에 버금가는 불황을 가져오고 있다”고 진단한 것은 위기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ESM 스페인 은행 직접지원 합의…위기는 여전그리스와 포르투갈, 아일랜드 등의 구제금융에 이어 유로존 경제 대국인 스페인까지 전염되면서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됐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을 이끌고 있는 나라들은 스페인의 전면적인 구제금융은 시장 붕괴 가능성이 높다며 유로안정화기금(ECB)이 스페인 은행에 직접 1000억유로의 자금을 수혈하도록 했다. 이 덕분에 그리스에서 스페인으로 번진 유로존 위기는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유로존 위기로 인해 세계경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사진은 유럽중앙은행 전경).
그러나 핀란드와 네덜란드 등에서 재정위기국 은행의 직접지원 반대와 독일 국민의 거센 반발 여론에 부딪혀 당초 기대했던 발 빠른 위기 방지 대책의 합의가 늦어지고 있다.게다가 당초 5000억유로의 규모의 자금을 모아 이달 출범하기로 했던 유럽 구제금융펀드인 재정안정기구(ESM)가 독일 정치인들이 제기한 ‘독일의 ESM 출자 위헌’과 ‘비준 중단 가처분 신청’ 등 소송에 휘말리며 위험이 지속하고 있다. 독일은 ESM에 27%를 출자하고 있는 최대 지분 보유국이다. 낙관론자들은 독일 헌재가 위헌 소송을 기각할 것이고 결국 ESM이 출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상황은 결코 녹록치 않다. 독일 국민의 정서로 볼 때 비준 중단이 기각되고 위헌 소송을 내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만약 독일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 ESM 출범은 요원해지고 글로벌 금융시장은 요동칠 것이고, 이는 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 스페인 등을 유로존에서 밀어내고 종국에는 대공황으로까지 치달을 가능성이 높다. ESM이 출범해 스페인 위기가 차단된다고 하더라도 위기가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이는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들의 강력한 긴축으로 인해 상당기간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고 이는 세계 경기의 침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 위기 美·中 등 세계로 전이…전망치 줄줄이 하향유로존 일부 국가들의 재정위기는 미국과 중국, 신흥국 등 전 세계 실물경제로 전이되고 있다. 실제 그리스와 스페인의 위기는 독일과 프랑스 등 유로존을 이끌고 있는 대표 국가와 미국·중국의 경기 침체를 초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