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미국 주택시장이 활기를 보이면서 동반침체기에 접어든 국내 주택시장도 되살아날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근 미국에서는 주택시장이 바닥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근거는 각종 지표다. 주택거래량과 매매가, 착공실적, 심리지수, 주택담보대출 금리 등이 호조세를 띠고 있다.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가 발표한 4월 주택거래실적은 2007년 이후 최대치였다. 주택 매매 중간가격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1% 올라 2006년 1월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착공건수도 빠른 속도로 증가 중이며 주택시장 전망지수는 2007년 5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모기지금리 역시 낮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한국의 주택시장 지표도 나쁘지만은 않다.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도 얼마 전 기자간담회에서 "주택시장이 좋아지는 기미가 보인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에서 발표한 4월 전국 주택매매 거래량은 전년 동기보다 26.8%줄어 크게 침체돼 있지만 월별추이로는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전달대비 92.2%, 3월에는 22.5%, 4월엔 0.2% 증가했다. 4월 주택 건설 인허가 실적은 지난해 4월보다 2.5% 늘었고 3년 평균 대비 60.9% 증가했다. 국토연구원에서 발표한 4월 부동산심리지수도 4개월 연속 호조세로 전월보다 시장이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자가 더 많았다.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최저수준이다. 은행들의 경쟁이 치열해진 결과로 이달 우리은행은 10년 만기 고정금리(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연 4.63%로 0.20%포인트 내렸다. KB국민은행도 포유장기대출Ⅱ 금리를 연 4.65%로 내렸다. 외환은행은 지난달 최저 연 4.7%의 고정금리 특판대출 '안심전환형 모기지론'을 출시했다.서울 아파트의 실질가격이 반등했다는 시장 분석도 나왔다. 민간 부동산정보업체인 닥터아파트에서는 통계청 제공 연평균 소비자 물가지수를 이용해 명목가격(3.3㎡당)에서 물가가 오른 만큼을 뺀 수치인 아파트 실질가격이 지난 4월 올 들어 처음으로 상승했다고 밝혔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아파트 실질가격은 1722만원(3.3㎡당)이었으나 2월 1714만원, 3월 1704만원, 4월 1707만원으로 올랐다.전문가들은 이런 지표상의 변화를 시장 회복의 신호라고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시장 예측 자체가 힘들다는 얘기다.이춘섭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나중에 지나고 보니까 어떤 시그널이 존재했다는 걸 아는 것이지 지금 당장 시장이 언제 되살아날지 아는 사람은 없다"고 전제하며 "이 상태(부동산 침체기)가 몇 년째 이어지고 있어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 다수 전문가들이 전망했던 '올 하반기 집값 상승'에 대해서는 "작년에도 이런 예측이 있었다"면서 "시장이 좋아지길 바라는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도 "지금은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의 시각차가 굉장히 크다"며 "사는 사람은 돈을 빌리거나 소득이 크게 올라서 살 수 있는 여건이 안 되고 기다리면 집값이 더 내릴 것이라는 생각에 지켜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금리가 낮다고 해도 소득과 비교하면 이익이 나지 않는 구조여서 20~30년 거주할 실수요자라면 좋은 기회에 집을 구입할 수 있겠으나 단기간 투자를 통한 이득을 보기는 힘들 것"이라고 부연했다.또 현재는 '가격조정'의 시기로 당분간 이 기간이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회복세인 미국 주택시장 역시 장기간 조정을 겪은 후 경제적 여력이 생기고 취업률이 증가하며 나타난 결과라는 것이다. 이용만 교수는 "2~3년간의 시장조정을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2014~2015년께 베이비붐 세대들이 은퇴하는 시기와 맞물려 노후자금 마련을 위해 집을 파는 사람들이 늘면 집값이 바닥에 다다르지 않을까 본다"고 말했다. 매달 발표되는 부동산심리지수를 총괄하는 이수욱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장은 미국 주택시장의 회복세 자체를 부정했다. 이수욱 센터장은 "미국은 반복적으로 회복 조짐이 있어왔고 빈번했기 때문에 당장 주택시장이 살아날 기미를 보인다고 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미국 전체 경기가 살아난 것이 아니고 주택시장이 부분적으로 살았다고 해서 경기가 살고 주택이 사는 '선순환구조'가 아니라는 설명이다.각종 호조 지표에 대해서는 "전달 대비로는 의미가 없고 전년 동기 대비로 본다든지 특정 시점을 기준으로 봐야 한다"면서 발표된 지표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우리나라의 저금리 기조에 대해서는 "기준금리가 동결되고 실질가격이 상승했다"면서 "소형주택을 소유하거나 신혼부부 등 최초대출이 꾸준히 늘어 실수요자가 있지만 이는 제한적일뿐 시장 전반적인 현상으로 해석하기는 무리"라고 진단했다.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역시 "가계부채가 일시적으로 감소했다지만 국민들이 더 빚내서 집을 사지는 않을 것"이라며 "예측하기에는 상당히 이르지만 수도권은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고 비수도권은 상승세를 지속하는 양극화 현상이 2~3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박미주 기자 beyon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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