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중앙은행장들 공개적으로 그리스 탈퇴 언급해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그리스 주요 정당의 연정 구성 시도가 잇달아 실패하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도 염두에 두기 시작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그리스가 구제금융 조건을 거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ECB 이사를 맡고 있는 유럽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전에는 조약상 유로존 탈퇴가 허용되지 않고 경제적 파장이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에 탈퇴를 반대했던 ECB의 태도가 상당히 변하고 있다고 FT는 덧붙였다. 룩 코엔 벨기에 중앙은행 총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유감이지만 필요하다면 평화적인 탈퇴도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패트릭 호노한 아일랜드 중앙은행 총재도 지난 주말 에스토니아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조약에서 생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적으로 그리스 탈퇴는 통제할 수 있고 치명적이지도 않지만 훌륭한 일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ECB는 그리스가 합의했던 긴축 프로그램을 지키지 않으면 구제금융을 받지 못할 것이라며 그리스는 압박해왔다. 하지만 지난 6일 총선을 통해 그리스 정국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제는 유로존 분열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독일 미디어와의 인터뷰에서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그리스보다는 다른 유로존 국가들에 미치는 영향이 더 심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빈스 케이블 영국 산업부 장관은 "영국은 그리스와 키프러스의 위기가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한 충분한 방화벽 강화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되지 않으면 영국 무역에 막대한 충격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주말 그리스 제 3당인 사회당의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대표는 연정 구성 합의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그리스 주요 3개 정당이 모두 연정 구성에 실패했고 내달 총선 재실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현재 그리스에서는 원내 2당으로 부상한 급진좌파엽합(시리자)을 중심으로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어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원내 1당인 신민주당의 안토니스 사마라스 대표는 시리자의 알렉시스 치프라스 대표가 현재 교착 상태를 깨뜨리기 위한 노력을 막고 있다고 비난했다.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그리스 대통령은 14일 그리스 주요 정당 대표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정 구성을 위한 마지막 협상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룰리아스 대통령은 주말 동안 지난 총선에서 의석을 확보한 4개 군소 정당 대표들과도 별도의 만남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연정 구성과 관련해 전문가들은 다양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파 성향의 독립 그리스당이 신민주당에 합류해 지난 정권에서 연정을 구성해 긴축정책을 추진했던 사회당과 신민주당이 과반을 간신히 확보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 6일 치러진 총선에서 신민주당과 사회당은 각각 108석과 41석을 차지해 과반에 2석 모자란 149석을 확보했다. 독립그리스당은 33석을 확보해 제 4당으로 부상했다. 이에 반해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사회당 대표가 시리자나 민주좌파당 등 좌파 성향 정당들이 빠진 연정에는 참여를 거부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박병희 기자 nut@<ⓒ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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