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최근의 날씨처럼 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뜻으로, 현재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표현하기에 적절한 말이다. ◆경매시장도 선거 효과 실종= 우선 매매시장을 선반영하는 경매지표만 놓고 보면 수도권 주택시장은 아직도 한겨울이다. 예년과 같은 선거효과를 무색케 하는 것도 모자라 정치권의 혼란까지 더해져 아예 수도권 주택시장을 바닥에서 지하실로 끌어내리고 있다. 실제 최근 10년간 수도권의 경매 낙찰가율 통계를 보면 낙찰가율이 80% 이하로 떨어진 적이 세 번 있다. 2004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제도 도입 때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그리고 2010년 DTI규제 확대 조치 발표 이후다. 현재는 DTI 규제를 일부 지역만 제외하고 다시 풀어놓은 상태지만 여전히 80%를 밑돌고 있다. 적어도 경매 낙찰가율이 80% 이상으로 올라서기 전에는 수도권 주택매매시장이 원기를 회복하기는 힘들 것으로 파악된다. 경험상 경매낙찰가율이 80%이하로 머무르고 있는데 매매시장만 별개로 활기를 찾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물건 당 평균 응찰자수도 최근 들어 건당 평균 응찰자수가 소폭 증가하는 추세지만 뚜렷한 회복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수도권의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지난해 7월 80% 아래로 떨어진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다. 지난 1월에는 72%로 한 달 전보다 5%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2월에도 72%대에 머물고 있다.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지지옥션
◆연구기관 보고서, 올해 선거특수 없다고 못 박아= 총선과 대선 등 정치 이벤트는 통상 부동산 시장에선 대형호재로 꼽힌다. 정치인들이 각종 개발 공약을 쏟아내면서 부동산 가격도 덩달아 오를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특수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분석이 여러 연구기관에서 나온다. 한국부동산연구원이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총선과 대선이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념과 달리 선거와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은 과거에도 큰 관련이 없었고 올해 역시 그럴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1987년 이후 총선(여섯 차례)과 대선(다섯 차례)이 치러진 해에 전국 땅값은 평균 5.58% 올랐다. 선거가 없던 해 땅값 상승률(5.61%)과 별 차이가 없다. 주택가격도 마찬가지다. 선거가 치러진 해의 평균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은 3.98%로 선거가 없던 해(5.38%)보다 오히려 덜 올랐다.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벌어졌던 92년의 경우 땅값(-1.26%)과 집값(-4.97%)이 모두 떨어지기도 했다. 88년(총선)과 2002년(대선)에는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다. 하지만 이는 선거보다는 올림픽·월드컵 등의 영향에 내수 경기도 비교적 좋았던 덕이라는 설명이다.국민은행 '주택가격 시계열 통계'도 선거효과를 부정한다. 1980년대 이후 역대 대선이 치러진 해의 집값 변동률이 다른 때보다 오히려 낮았다. 1987년 12월 제13대 대선 당시 전국의 주택가격은 1년 전인 1986년 12월보다 7.1% 상승했다. 대선 이후인 1988년 13.2%, 1989년 14.6%, 1990년 21.0%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1987년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작았다. 1992년 12월 전국 주택가격은 전년 12월보다 5.0% 떨어졌다. 총선과 대선이 효과가 없었던 셈이다. 선거 전후인 1991년 12월과 1993년 12월에 주택가격이 전년 동월에 비해 각각 0.5%, 2.9% 떨어지는 했지만 선거 연도의 하락폭보다는 완만했다. 제16대 대선을 치른 2002년 12월에는 1년 전보다 전국 집값이 16.4% 급등했다. 2001년 12월과 2003년 12월의 상승률이 각각 9.9%, 5.7%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높은 상승률이다. 이때는 2002년 한·일 월드컵이 개최됐기 때문에 집값 상승세가 대선 때문이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 지난 2007년 12월 제17대 대선이 열렸으나 전국 주택가격 변동률은 3.1%로 2006년 12월(11.6%)보다 크게 낮아졌다. 보통 대선 직전에 단기적인 경기 활성화 정책이 쏟아지면서 투자심리가 과열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지난 25년간 실제로 집값이 들썩이지 않았던 것이다.◆"총선 전 부동산 규제 없다"에 정치권도 한 목소리= 실제 지난 2월 중순경 부동산 규제완화책이 솔솔 나왔지만 다시 쏙 들어갔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여권 내부의 주장에 대해 국토해양부조차 총선 전에는 관련 대책이 없을 것이라 방어막을 치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선거 역풍’을 우려하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얼마 전 황우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거래 활성화를 위한 여러 대책에도 부동산 시장이 녹록지 않아 근본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데 대한 국토부의 입장 표명인 셈이다. 당시 황 원내대표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와 보금자리주택 정책 재검토를 근본 대책으로 제시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서도 급증하는 가계부채에 대한 우려가 워낙 커서 총부채상환비율(DTI)완화와 강남 투기지역 해제 문제를 건드려선 안 된다는 태도가 확고하다. 얼마 전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소득 수준에 따른 대출 한도를 규정한 DTI를 완화·폐지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김 위원장은 "DTI 제도는 근본적으로 부동산 시장과 관련해 결정될 문제가 아니"라며 "부동산 경기를 해결하려고 DTI를 조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정치권과 정부,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서도 여러 이유를 들어 부동산 규제완화에 반대한다. 이 때문인지 수도권지역의 아파트시장 하락세가 빨라지고 있다. 하지만 강남 지역 투기지역 해제와 DTI 완화를 둘러싼 논란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으로 보기는 이르다. 정부와 여당에서 표심을 잡기 위해 관련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어서다. 특히 정치적인 부담을 덜 수 있는 양대 선거가 끝나면 이곳저곳에서 지속적으로 부동산 대책 마련을 요구할 경우 부동산 규제완화 쪽으로 일정부분 방침을 선회할 수도 있다. 이르면 총선이 끝나고 어느 정도 부동산 규제완화를 예상해 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