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한 권 밖에 안 남았어요. 40만원에 팔 생각입니다." 경기도 부천의 한 헌책방 A사장은 요즘 들어 하루에도 수차례 책 한권을 찾고 있다는 문의전화를 받고 있다. 문의가 들어오는 책은 바로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직접 쓴 자서전 호암자전(湖巖自傳)이다.
호암자전
최근 이 창업주의 장남인 맹희씨와 차녀 숙희 씨 등이 유산 상속 문제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내자 이 창업주가 호암자전을 통해 후계구도에 관해 남긴 말들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A사장은 "호암자전 초판 희귀본을 여러권 가져다 놨는데 삼성가의 재산분쟁이 벌어진 후 다 팔리고 한권 밖에 남지 않았다"며 "당초 10만원에 팔려던 계획을 바꿔 40만원까지 가격을 올렸다"고 말했다. 이 창업주는 77세이던 지난 1986년 중앙일보를 통해 이 책을 출판했으나 현재 시중에서는 판매되지 않는다. 출간된지 20여년이 지났고 시중에 절판된 까닭에 국립중앙도서관과 국회도서관 등 대형 도서관에 가야만 볼 수 있을 정도로 귀한 상황이다. 출판 당시 이 책의 가격은 2500원이었다. 출간 즉시 비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등극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매진사례를 기록해 수차례 재판 발행했다. 이 창업주의 처음이자 마지막 자서전인 이 책은 일본에서도 큰 관심을 끌어 같은해 일어판으로도 출간돼 시판 5일만에 판매부수 5000부를 돌파하는 등 한일 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는 기록이 있다. 이 창업주는 이 책에 자신의 경영철학과 그룹 창업 비화, 개인적인 이야기 등을 자세히 기술했다. 특히 후계자 문제와 관련 삼남인 이건희 현 삼성전자 회장을 유능한 후계자라고 평가, 후계 구도를 명확하게 했다. 그는 반도체, 전자, 통신 등 첨단산업이 향후 삼성그룹을 주도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이창환 기자 goldfish@<ⓒ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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