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성정은 기자]'무취미의 권유'는 무라카미 류다운 책이다. 적나라하다. '비즈니스 잠언집'이란 부제를 달고 있지만, 어딘지 모르게 잠언집 같지 않다. 책에 있는 글 절반 이상이 잠언보다는 수필에 가까운 느낌을 줄 정도다. 그것도 그냥 수필이 아닌 적나라한 수필이다. 류는 어떤 주제에 대해 무서울 정도로 단호하게 파고드는 작가로 정평이 나 있다. 그 주제라는 것은 일상생활과 일을 넘나든다. 취미에서부터 옷차림과 식사 대접, 후회 없는 전직, 기획 잘 하는 법 등까지, 다양하다. 책의 가장 첫 번째 글, '무취미의 권유'에서 류는 말 그대로 무취미를 권한다. 취미란 기본적으로 노인들의 것이며, 젊은이들은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취미가 아닌 일로 삼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이렇다. 취미의 세계엔 삶을 요동치게 하는 무언가가 없고, 가슴이 무너지는 실망도, 정신이 번쩍 나는 환희도 없기 때문이다. 성취감과 절망은 비용과 위험이 따르는 일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류의 설명이다. '식사 대접과 접대'란 글도 흥미롭다. 식사 접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성의를 온전하게 전하려는 상상력이라는 내용이다. 류는 이 글에서 자기 친구의 일화를 꺼내든다. 유명 맥주 회사의 사장을 접대하면서 그를 서민적인 선술집으로 초대한 친구의 이야기다. 이 친구는 대기업 사장을 선술집에서 접대하는 건 실례라는 주변 사람들의 만류를 모른 척 했다. 친구와 맥주 회사 사장은 끝내 선술집을 찾았고, 그 사장은 약속 장소에 대해 굉장히 흐뭇해했다고 한다. 친구는 선술집 벽면 전체가 이 사장 회사의 맥주 신상품 광고로 채워져 있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영업 사원 출신인 사장은 류의 친구가 보여준 성의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무취미의 권유'에 있는 대부분의 글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지만,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도 분명히 있었다. '부하는 장악해야 하는가'라는 글이 그 예다. 이 글은 '부하가 일을 잘 하지 못한다면 야단을 칠 게 아니라 가르치면 되고, 일을 할 줄 알면서도 하지 않는 경우라면 사표를 받으면 그만이다'라고 쓰고 있다. 직급이 높은 사람이든, 낮은 사람이든 사람이 얽혀 있는 문제는 일도양단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류의 말처럼 '가르치거나, 사표를 받거나', 둘 중 하나를 고르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너무 톡 쏘기도 하지만, '무취미의 권유'엔 새겨들을 만한 이야기들도 많다.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떻게 할 것인지를 아는 사람이 리더가 된다고'전하는 '리더의 역할'이나 '역설적이게도 제발 마음을 돌리라며 상사와 동료들이 나서서 붙잡는 사람이어야 전직이 합당하다'고 말하는 '후회 없는 전직', '기획하는 방법', '실패에서 얻는 것' 등이 그것이다. 무취미의 권유/ 무라카미 류 지음/ 유병선 옮김/ 부키/ 1만2000원성정은 기자 jeu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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