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사장 역할 증대에 주목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삼성전자가 애플에게 공급할 반도체 생산을 위해 미국 오스틴에서 1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할 예정인 가운데 애플이 독일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을 상대로 판매금지가처분신청에 나서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8일 애플은 독일 뒤셀도르프 지방법원에 삼성전자의 '갤럭시S 플러스', '갤럭시S2' 등 총 10개 스마트폰에 대한 판매금지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애플의 디자인을 베꼈다는 것이 이유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삼성전자의 완제품 사업은 최지성 부회장이 맡고 있다. 최 부회장은 애플과의 특허전에서 한치도 물러설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휴대폰 사업을 담당하는 신종균 사장 역시 지난 9일 'CES 2012' 참석차 출국 직전 애플과의 특허 분쟁과 관련해 전선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 사장은 "(애플이) 먼저 걸어온 싸움인 만큼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전선을 확대하면 했지 먼저 양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성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의 완제품 사업부문에서 애플과의 소송전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권오현 부회장이 맡고 있는 부품 사업부문에서는 애플을 향한 본격적인 구애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에서 10억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에 나섰다. 이 자금은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반도체 공장에 추가 투자된다. 오스틴 반도체 공장은 스마트폰의 두뇌로 사용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비롯한 시스템LSI를 주로 생산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애플 아이폰4S와 아이패드2에 사용되는 A5 칩셋을 생산중이다. A5 칩셋은 전량 애플에 공급된다. 삼성전자는 A5 칩셋의 후속 제품인 A6도 애플에 공급할 예정이다. 결국 애플을 위해 10억달러를 투자하는 셈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오스틴 공장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대부분은 애플에게 공급되고 있다"면서 "최근 삼성전자가 중국에 설립하기로 한 낸드플래시 공장 역시 상당 물량이 애플로 공급되고 있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문서는 애플과의 비즈니스가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말했다. 이렇듯 완제품과 부품을 책임지는 최 부회장과 권 부회장이 애플과의 비즈니스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걸어가며 이재용 삼성전자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재용 사장은 완제품 사업에서는 애플에 대한 강공을 주장하다가도 부품 사업에 있어서는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을 만나 화해 분위기를 조성하는 듯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통상 COO는 공급망관리(SCM)를 비롯해 물류, 운영을 총 책임지는 역할을 하지만 삼성전자는 완제품과 부품사업의 완급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애플은 완제품 사업에선 적, 부품 사업에선 든든한 동료이기 때문에 이 사장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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