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운구차, 30년된 구닥다리인 까닭

김정일 국방위원장 운구차량인 링컨 컨티넨탈.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2011년 12월 28일 열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장례식에는 이색 차량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위원장의 운구차량인 포드 링컨 컨티넨탈이었다. 요즘 자동차 디자인의 추세인 곡선이 아닌 곳곳에 각이 진 사각형을 연상시키는 모델이었다. 이 차는 1970년대 중반 제작돼 차령이 30년 이상 된 구형 차량이다.김 위원장의 운구차로 링컨 컨티넨탈이 선택된 것은 다소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생전에 독일 벤츠의 열렬한 팬이었던 데다 등장했던 링컨 컨티넨탈이 소위 '구닥다리'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또 링컨의 제작사인 포드가 적대국인 미국 회사라는 점에서도 궁금증은 커졌다. 21세기 공식행사에 나타난 1970년대 차량은 뭔가 어색해 보였다.북한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선대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 차량은 지난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 당시에 운구차로 이용됐던 것과 같은 모델이다. 김 주석과의 연계를 통해 죽어서도 예와 효를 다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김연수 국방대학교 교수는 "북한은 단순한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 김씨 왕조 국가"라면서 "이 패러다임에서는 선대 수령과의 연계를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다시 말해 선대가 행했던 방식을 고스란히 재현하는 게 후계자의 덕이라는 인식 때문이라는 것이다.김 교수는 "과거 방식을 답습함으로써 유훈을 받든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라면서 "북한 체제가 급변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해외 언론은 링컨 컨티넨탈의 뛰어난 내구성에 미뤄 김 주석 장례식때 이용됐던 차량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차량 보존 상태가 훌륭하다는 것인데, 김일성 사후 그만큼 관리를 철저히 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한 전문가는 "김 위원장 운구차는 영구 보존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한편 운구차 뒤로는 김위원장이 생전에 좋아했던 벤츠 차량이 줄줄이 지나갔다. 벤츠는 비교적 신형 모델이어서 북한이 링컨 컨티넨탈을 고집한 이유를 뒷받침했다.최일권 기자 igchoi@<ⓒ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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