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달이다]석경훈 LG패션 과장…박찬호 모델 적중해 잊혀진 브랜드도 살렸다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회사에서 '가망이 없다'고 포기한 브랜드, 소비자들에게 잊혀진 브랜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은 외롭고 힘든 싸움이다. 다시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돌아선 그들에게 다시 한번 나를 봐달라고 옆구리를 쿡쿡 찌르는 일. 바로 '감성 마케팅'이다.석경훈 LG패션 타운젠트 BPU 광고홍보과장은 회사에서도 내놓은 브랜드인 '타운젠트'를 보란 듯이 부활시킨 '감성 마케팅의 달인'이다.신사동 LG패션 본사에서 석 과장을 만나 '소비자들의 마음을 다시 훔친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돌아오는 대답은 이랬다.“현장의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점주분들의 의견도 많이 구하고 실제 구매하는 분들이 누구냐에 집중했죠.”타운젠트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분석한 결과 부부가 함께 와서 구매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여자 혼자, 남자 혼자 구매하는 경우가 가장 적었다. 소비자들이 느끼기에는 '감성 마케팅'이지만 그 이면에는 늘 철저한 데이터 분석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남성 슈트지만 실제 구매자는 여성들이라는 것에 착안, 가정에 충실하고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가사남'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그 대표모델로 야구선수 박찬호를 내세웠다. “핏이 좋은 전문모델을 써 달라는 요구도 많았죠. 하지만 합리적인 가격대의 질 좋은 슈트라는 타운젠트의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가사남'에 어울리는 모델이 필요했습니다.”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성실한 모델인 박찬호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때도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타운젠트'를 착장해줬고, '가사남'이라는 이미지와 함께 주부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한여름에는 시원함을 강조한 리넨 재킷을 '아이스 재킷'으로 이름 짓고 얼음 속에 재킷이 있는 강렬한 제품 중심 광고를 했더니 기존보다 약 3배가량 많이 팔리기도 했다. 평범한 여름용 재킷을 '입고 싶은' 재킷으로 만들어 버린 것.결과적으로는 그가 '타운젠트'에 손을 댄 지난 2009년에 비해 올해 매출이 약 50%가량 늘어났다.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외부에 있는 사람들, 타 부서에 있는 사람들이 하는 말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죠. 미처 생각지 못한 부분들까지 캐치할 수 있으니까요.”마케팅을 하다보면 예측하지 못한 '돌발상황'도 많이 발생한다. “한번은 시스템 오류로 밤 11시부터 12시까지 만삭의 임산부에게 안내메시지 30통이 연달아 날아간 적이 있었어요. 안정을 취해야 하는 분인데 그런 일이 일어났으니 '고소를 하겠다'고 난리가 났었죠. 제품을 곱게 포장해서 가져다 드리면서 백배사죄를 드려서 겨우 마음을 풀었죠.”올해는 11월 기온이 너무 높아 겨울제품 판매가 생각보다 저조하자 대리점이 아닌 다른 채널에서의 판매도 발 빠르게 추진했다. “'내 남편이 입으면 설레는 슈트' 멋있잖아요? 타운젠트는 그런 슈트를 만들고 싶어요. 주부님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서 내년에는 가격을 좀 더 합리적으로 다운할 계획입니다. 주부님들, 기대해 주세요.”박소연 기자 muse@<ⓒ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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