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저詩]김연신 '차가 막힌다고 함은'

차가 막힌다고 함은, 도로에 차가 많아서, 아니다. 도로의 수용 능력보다 차의 대수가 많아서, 아니다. 도로의 표면적보다 차의 표면적이 많아서, 이제는 분명하다. 일정한 구간에서 차들의 표면적의 합이 도로의 표면적의 합에 가까이 도달하여, 더욱 분명해진다. 차들의 표면적의 합과 차가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는 필수 여유 공간의 합이 도로의 표면적의 합을 초과할 때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여,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에 그것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말이다
김연신 '차가 막힌다고 함은'■ 분석이나 해체가 틈입할 수 없는 꽉 찬 말이 있다. 불릴 수도 늘릴 수도 없는 단단한 말이 있다. 안과 밖이 똑같아서, 그냥 그 말로 밖에는 말할 수 없는, 미치고 환장하도록 진정한 말이 있다. 그 말을 할 수 밖에 없는 것, 그 말이 설령 죄일지라도 그 말이 혹여 비극일지라도, 그 말로만 소통이 가능한...그대여. 내가 차가 막혀 늦게 왔다는 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을 때, 나는 당황하여 이런저런 해명을 달았지. 그러나,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에 그것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말이다. 이 빈틈없는 동어반복의 해명을 받아주시라.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이상국 기자 isomis@<ⓒ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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