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승 伊총리, 결국…
[아시아경제 이공순 기자]3차례에 걸쳐 11년 동안 집권하며 51번의 불신임투표를 이겨낸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5) 총리가 마침내 사임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8일(현지 시각) 이탈리아 하원에서 진행된 2012년 예산안 표결에서 과반수에 못미치는 지지를 받았으며, 다음주 중으로 유럽연합이 요구한 재정 긴축안을 담은 금융안정법안을 통과시킨 뒤 사임할 것으로 보인다고 이날 보도했다. <포브스>지가 선정한 세계 117번째 부자이며 78억 달러의 재산을 가진 언론재벌이자 미성년 매춘부와의 섹스스캔들 등 온갖 성추문 때문에 이탈리아 국민들 사이에 ‘붕가붕가’(bunga bunga: 권력자와의 난교를 뜻하는 속어)로 불리는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이날 표결에서 집권 인민의 자유당 내 반대파의 이탈로 과반수에 8표 모자라는 지지를 얻은 뒤, 죠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과 회담을 갖고 사임키로 했다. 이로서 지난 2008년 출범한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인민의 자유당과 북부연맹의 집권 우파 연정은 사실상 붕괴했다. 그러나 베를루스코니 총리 사임 뒤의 정국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이날 런던 상품시장에서 이탈리아 10년 물 국채 가격은 또 다시 하락, 수익률이 전날 보다 11bps(1%=100bps) 오른 6.77%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베를루스코니 총리 사임이 이탈리아 국채 위기를 종식시키지는 못할 것이며, 사태 해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와 크레딧스위스 등의 시장 분석기관들은 이날 리서치 메모를 통해, 향후 이탈리아에서 현재의 집권 인민의 자유당과 북부연맹의 우파 연정이 보다 광범한 중도파 정당을 끌어들이고 다른 후보를 내세워 계속 집권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유럽연합이 요구한 개혁 조치를 실현할 가능성이 크며, 따라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진정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는 특히 우파 연정이 붕괴할 경우에는 중도파를 중심으로 하여 경제개혁만을 공약으로 하는 ‘테크노크라트’ 연립 정부가 들어서서 개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가 시장에 가장 우호적인 조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만일 연정 협상이 실패하고 내년 1월께 총선이 실시되면 현재의 정세로는 좌파 연합이 승리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금융시장에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골드만삭스는 밝혔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나폴리타노 대통령이 이같은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총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이공순 기자 cpe101@<ⓒ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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