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기자가 본 선거] 이미지 메이킹 유세, 정책은 뒷전

羅·朴 선거운동, 공약 설명보단 눈길잡기

[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
"이제 선거 시작이니까 너는 나경원 캠프를 한번 따라다녀봐." 선거 기간과 맞춰 정치경제부에 배치된 직후 국회팀 선배로부터 받은 지시다.  "학교 다닐때도 정치에는 별 관심이 없던 내가 서울시장 후보 캠프를 취재해야 하다니.."눈앞이 캄캄했지만 지엄한 선배의 지시는 말 그대로 지상명령. '무엇을 어떻게 취재해야 하는지'조차 변변히 물어보지 못하고 현장에 투입됐다. 첫 취재현장은 공식적인 서울시장 선거유세가 시작된 지난 13일의 나경원 후보의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유세장이었다. 나 후보가 나타나자 시민들이 "나경원이 얼굴 좀 보자"며 몰려왔다. 사진을 찍고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같은 날 구로구 디지털단지에서 열린 유세에서도 풍경은 비슷했다. 나 후보의 지원유세를 나간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를 시민들은 정치인이 아닌 연예인으로 보는 듯 했다. 가까이서 본 그들은 인간적이었다. TV 화면에서만 보던 딱딱하고 근엄한 모습이 아니었다. 나 후보는 빡빡한 일정에 "두 시간밖에 못잤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평범한 점퍼차림으로 워킹맘, 청년창업가, 상인 등의 시민들과 대화를 나눌 때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의 눈빛을 보내기도 했다. 홍 대표는 "내가 '나는 꼼수다'에 나가면 '나는 정수다'가 된다"는 등의 농을 던졌다. 멱살 잡고 싸우는 모습의 이미지로만 정치인들을 생각했던 기자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골목유세, 봉사활동 등 현장을 며칠간 같이 다니다보니 나 후보의 공약을 외울 정도가 됐다. 유세장에선 언제나 주변에 "나경원"을 연호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많은 시민들이 "예쁘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나경원, 화이팅"이라며 응원 구호도 터져나왔다. 나 후보의 공약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서울시정을 위해 진지한 제언을 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었다. 박원순 후보의 유세현장도 찾아가 보기로 했다. 선배들에게 허락을 받은 뒤 지난 주말부터 2박 3일간 박원순 후보를 쫓아다녔다. 박 후보가 바쁘게 차량으로 이동을 할 때 "잠은 잘 자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잠 안자도 쌩쌩하다"며 웃었다. 함박 웃음 사이로 드러난 그의 치아엔 고춧가루가 끼어있었다. 그만큼 바쁘다는 느낌이 들었고, 옆집 아저씨처럼 소탈해 보였다. 강남지역에서 많은 사람이 모여 그와 사진을 찍고, 사인도 받아갔다. 북적이는 인파에 그는 따뜻한 미소를 잃지 않았다. 주말인 22일, 광화문 광장에 5000여명(경찰 추산 3000여명)의 인파가 모였다. 박원순 후보를 지지하기 위해서였다. 야당과 시민단체 대표들, 시민들이 몰렸다. 가수 이은미씨의 노래가 울려 퍼지고 몇몇 시민은 영화 '써니'의 주제곡에 맞춰 춤을 췄다. 박 후보는 "오늘은 소통의 축제"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나 후보는 하루 일정을 마친 후 참모진과 함께 시민들의 유세에 대한 반응을 평가한다고 했다. 박 후보도 이동하면서 아이패드로 뉴스를 수시로 확인하며 반응을 살핀다고 했다. 선거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이미지라고 한다. 짧은 시간동안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정책을 세세하게 설명하는 것보다 '괜찮은 사람이다'는 이미지를 심는 것이 더 유용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와중에 '정책선거'는 점점 잊혀 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침 24일엔 서울시선관위가 후보들에게 흑색 비방선전을 자제하라는 경고서한을 발송했다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사실 두 후보를 따라 다녀보니, 정작 유세장에선 상대방에 대한 흑색선전이 그다지 심각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신문이나 방송에선 언제나 네거티브 선거전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보도되고 있었다. 기자가 아직 정치적 감각이 무딘 새내기여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언론 매체를 거치면서 현장의 분위기가 왜곡돼서 그런 것일까. 기자에겐 완전히 풀리지 않은 숙제였다. 어쨌든 오는 26일 선거일엔 꼭 투표를 해야 할 것 같다.박미주 기자 beyond@<ⓒ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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